타자
2025년 5월 20일 화요일 / 습하고 덥지만 여름에 비하면 뭐
"모든 인간은 자기 안에 타자를 품고 산다. 자기이면서 자기인 줄 모르는 자기, 자기라고 인정하기 싫은 자기가 자기 안에 있다는 말이다. 이 자기 안의 타자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의지를 훼방하지만, 많은 창조자의 예에서 보듯이 때로는 의식과 의지가 이룰 수 없는 것을 이 타자가 이루어내기도 한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173)
지금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오직 나의 수고와 애씀 덕분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 혹은 다른 누군가가 나를 이곳까지 끌고 온 것인가? 이상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막상 쓰고 나니 이상한 말이라 해야겠다. 나는 단일 인격자가 아님은 분명히 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인간의 보편적 내면을 드러내는 소설인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쓴 <황야의 이리>도 다중-타자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내 안에 여러 자아가 있지만 우리는 그 자아들을 잘 모른다. 모를 수도 있고 거부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자기 안의 타자'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무용한 대상인데, '좋다고 여겨지는 타자'가 모든 상황에서 좋게 여겨지지 않을뿐더라 '부정적으로 비치는 타자'도 그가 앞으로 어떤 훌륭한 일을 해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안의 어떤 타자'가 많은 창조를 해냈기 때문이다. 종종 그 자아의 힘을 빌리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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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황현산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