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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에세이] 두 갈래의 길, 추상력-상상력 두 갈래의 길. 사람에게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한 길은 성실과 근면의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이들은 힘이 있다. 정해진 길을 걷되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다. 도덕은 주로 이들의 편이다. 다른 한 길은 게으름과 망설임의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경쟁에서 주로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고 잠잠히 있다가 크게 사고를 치기도 한다. 예술은 주로 이들의 편이다. 가까이 있는 벗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성실하며 근면하다. 힘 있게 자신의 길을 간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빈 틈 없이 메운다. 그래서 삶이 탄탄한 편이다. 자신을 타자화시켜 본다. 그는 자주 게으르고 판단이 더디다. 많은 것을 고려한다. 주저함이 많다. 시간이 많다 하여 알차게 채우지 않는다. 삶은 .. 더보기
[에세이] 말을 조심하라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말은 흔적 없이 사람을 파괴한다. 어린아이들이 수 년 동안 부모의 말에 좌우되고, 남자들은 사회에서 조그만 일에도 가차 없이 비난받고, 여자들은 남편의 냉정한 논평에 호되게 당한다. 신실한 사람들이 신의 음성을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종교로부터 멀어지기도 한다. 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너희에게 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파울로 코엘료, , 자음과모음, p.289 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너희에게 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가장 귀기울일만한 말은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니, 좋은 스승은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내려주지 않고 그가 스스로 자기 내면에 깊숙이 내려가 거기서 건네는 음.. 더보기
[에세이] 지금 웃어라 ​​우리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 일들을 받아들이면 신께 빚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쁨의 잔을 맛보지 않는 편이 더 나아. 일단 맛을 보면 잔이 비었을 때 끔찍이도 괴로울 테니까.’ 우리는 다시 작아질까 두려워 자라는 것을 포기한다. 울게 될 것이 두려워 웃는 것을 포기한다. 파울로 코엘료, , 자음과모음, p.74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은 사랑에도 괴로움이 있음을 안다. 신을 믿는 사람은 신의 사랑 방식에 고난도 포함됨을 안다. 그런데 우린 사랑의 괴로움과 고난의 기억 때문에 충분히 즐거워하고 기뻐해도 될 순간마저 그 기쁨을 유보하게 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신께 빚지는 듯 그 느낌이 내게 일어난 좋은 일들을 두고 자신.. 더보기
[에세이] 사랑에서 작동되는 권력 사랑의 권력은 아무 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 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 게 많은 사람에게 힘 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p.176-177 ​ 사랑은 참 희한하다. 사랑에서 권력은 정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원래 권력이란 누군가에게 행사하는 힘을 말하는데, 어찌된 게 사랑에서는 힘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이 힘 있는 사.. 더보기
[에세이]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었어요. "그녀는 선생의 책들을 제게 주며 한번 읽어보라고 했어요. 선생의 책을 읽고, 선생 역시 무의식적으로 우리 둘과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p.197)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잘-쓴다는 건 또 무어냐) 그래서 스스로 그 부러움을 인정하지 못해 대상을 시기하고 질투하기 바빴다. 그 결과는 무시로 나타났다. 넋 놓고 글을 읽다 뒤통수 한 대를 얻어맞았다. 항상 글쟁이들을 경쟁상대로만 여겼지 그들과 내가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기심이 시야를 가려버린 결과다. 물론 본받고 싶은 대상이나 배우고 싶은 솜씨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자극제다. 적절한 자극..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28. 공감하는 사랑의 어려움 Day 28. 공감하는 사랑의 어려움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 베가 데 발카르세(Vega de Valcarce) : 4시간 반 (18.1Km) 1. 오늘은 새로운 친구이자 옛 친구를 다시 만나 걷는다. 가끔 만나 벗을 이뤘던 정아와 그녀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순례자 1인.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정아와 함께 등장한 이 순례자는 내가 까미노를 출발하고 셋째 날 머물던 알베르게에서 잠시 스쳤던 멤버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4주 만인가? 아주 우연히, 우연한 장소에서 그렇게 다시 만났다. 새로운 친구이자 옛 친구라고 말한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순례 막바지에도 까미노는 여전히 만남의 반복이다. 걸음 속도가 비슷한 나와 정아는 걸으며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나눈..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1.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Day 11.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벨로라도(Belorado) – 아헤르(Ager) : 7시간 (28Km) 오늘은 평소보다 더 걸어볼까 한다. 몸이 기억하는 익숙함이 아니기에 걱정도 되지만 그냥 이유 없이 그러고 싶은 날이 있다. 생장에서 나눠 준 지도를 보니 오늘은 높은 언덕도 있는 듯한데, 이기적인 주인 때문에 몸이 고생 좀 하겠구나, 싶다. 그래도 다행인 건, 걷기 시작하니 어제와는 다른 길들이 나타나 걸음에 흥이 묻어난다. 오름직한 언덕과 적당한 평지, 작은 숲길이 적절히 분배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까미노의 일상이 그렇듯 출발은 함께 했어도 곧 따로 걷기 마련인데, 앞서 걷던 나는 산 중턱의 어느 Bar에서 숨을 돌리며 일행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영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어..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8. 위대한 모험에 나를 던지다 Day 8. 위대한 모험에 나를 던지다. 로그로뇨(Logrono) – 나헤라(Najera) : 6시간30분 (30Km)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제 이틀 후면 이 20세기에, 트로이에서 귀향하는 오디세우스와 라만차의 돈키호테, 지옥의 단테와 오르페우스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겪은 것과 같은 위대한 모험에 뛰어든다는 생각이 온통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미지의 무언가를 향해 길을 떠나는 모험에”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 문학동네, p.25) 의 저자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는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는 를 쓴 후 본업이 있음에도 작가라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는 뿐만 아니라 그 후에 쓴 여러 책들을 통해서 사람이 생..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6. 해야 할 숙제를 잊더라도 Day 6. 해야 할 숙제를 잊더라도 에스테야(Estella) –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 5시간 (21Km) 처음 오는 곳인데? 에스테야를 벗어나자마자 낯설지 않은 장소가 나타났다.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와인과 생수를 나눠주는 수도꼭지가 등장했다.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곳도 까미노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기념적인 장소 중 하나이다. 첫 순례이기에 길목마다 무엇이 나타날지 다 알 순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다 알 필요도 없는 법이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곳이 바로 이곳 산티아고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은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순례자들에게 와인과 생수를 제공하는 수도꼭지와 마주쳤다. 이름 하여 ‘이라체(Irache) 와인 양조장.’ 양조장은 수도원 내에 있는데, 중세 수도원 내부에 있던 순례.. 더보기
[에세이] 나만 아는 장소, 부퍼탈(Wuppertal) 누가 내게 물었다. 혹시 나만 알고 있는 그런 장소가 있나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곳에만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괜히 그리워지는 그런 장소 말이에요. 질문을 받고 한참을 생각해 봤다. 그런 곳이 있었나? 여행지부터 떠올려봤는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제주도의 게스트 하우스나 밥집, 카페, 해변이 떠오르긴 하나 그곳은 워낙 유명한 곳들이라 선뜻 제주가 그곳이라 말하기 어렵다. 한 번 이상씩 가봤던 라오스나 일본의 어느 동네가 그런 곳일까 떠올려 봐도 잡히는 게 없다. 질문을 받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사실은 멍 때리고 있다가) 문득 그런 곳이 될 만한 장소가 떠올랐다.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일탈하듯 가게 된 독일의 부퍼탈(Wuppertal)이 바로 그곳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