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 Note] 예수를 따르는 아득한 길

20160904 쓰임교회 주일설교

 

예수를 따르는 아득한 길

 

<누가복음 14장 25-33절>

 

25. 많은 무리가 예수와 동행하였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26.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7.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8. 너희 가운데서 누가 망대를 세우려고 하면, 그것을 완성할 만한 비용이 자기에게 있는지를, 먼저 앉아서 셈하여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29.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초만 놓은 채 완성하지 못하면, 보는 사람들이 그를 비웃을 것이며,

30. '이 사람이 짓기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는 못하였구나' 하고 말할 것이다.

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나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서 자기에게로 쳐들어오는 그를 자기가 만 명으로 당해 낼 수 있을지를,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32. 당해 낼 수 없겠으면, 그가 아직 멀리 있을 동안에 사신을 보내서, 화친을 청할 것이다.

33. 그러므로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서 누구라도,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의 길을 따르기 위한 우리의 각오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계시듯이, 오늘 본문인 누가복음의 저자는 사도행전의 저자와 동일한 의사(의원) 누가입니다. 유대인이 아니었던 이방인 누가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이방인들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레 유대인들의 배척대상이었던 이방인뿐만 아니라 소외된 자, 가난한 자, 어린이, 여성 등 당시 비주류 계층을 이루는 약자들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누가복음에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 오늘 본문인 누가복음 14장 25절부터는 예수께서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향해 진정한 제자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하고 계십니다. 단 열 개의 절밖에 되지 않지만, 이 안에 예수를 따른다는 것의 참된 의미, 신앙의 정수(精髓)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를 따르는 길은 오늘 설교제목에도 썼듯이 ‘아득한 길’입니다. 아득하다는 말은 ‘까마득히 오래되다’는 말입니다. 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 희미하고 매우 멀다는 말입니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이렇게 모호하고 불확실한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를 보면, 믿음이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했습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기에 힘겨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낙심하지 않아도 될 것은 사랑의 하나님께서 이러한 사정을 잘 아시고 날마다 우리를 도우시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명랑하게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예수를 따르기 위해 가슴에 새겨야 할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를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께서는 먼저 26절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새번역으로 한 번 더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저는 이 말씀을 처음 접했을 때나 지금 다시 읽었을 때나 순간적으로 드는 느낌은 비슷합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예수께서는 어째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거지?’라는 생각 말입니다. ‘부모의 은혜와 자녀를 향한 사랑, 형제자매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마땅히 행해야 할 바 아닌가? 그런데 미워하라니?’라는 어떤 개인적인 생각과 항상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을 간직한 채 몇 해를 지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를 둔 부모의 인생목표는 자녀들이 부모에게서 건강히 떨어져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되어야 하고, 부모에 대한 자녀의 인생목표는 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되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그 목표로 두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무슨 말이냐면, 예수께서는 우리를 향해 ‘독립된 인간’으로 우뚝 서라고 말하고 계신 것입니다. 부모나 아내나 남편, 자녀들, 형제자매를 향한 사랑과 그들의 은혜를 무시한 채 예수만 따르면 된다는 그런 말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감싸 안되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은 ‘정신의 독립군’으로 서야 한다는 말인 것입니다. 

 

이러한 결단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인데,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려놓을 줄 알아야 진정한 예수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도 이렇게 쓰여 있지요.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12:25).” 예수께서 우리가 당신을 위해 우리의 목숨을 버리고자 할 때, 순전히 기뻐하며 그것을 취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의 목숨마저 미워하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은 이들과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매일 것이 없는 것이지요. 예수께서는 우리 마음의 중심을 보고 계신 것입니다. 

 

제자는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

 

예수께서는 27절에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여러분,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에 관해서는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빌려볼까 합니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은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럼 자신을 부정한다는 말은 또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자신을 부인하는 사람은 다른 이를 품어 안을 수 있는 품을 갖게 됩니다. 이 말은 단순히 손해를 보며 산다는 말이 아니라, 불의를 불의로 고발하고, 어둠을 어둠으로 드러낼 줄 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말은, 타자를 품어 안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고, 이것은 곧 나 아닌 누군가의 억울함을 고발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를 비위내면 다른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십자가를 반드시 져야 합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멈추지 말고 끝까지 걸어가는 것

 

이어서 예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서 누가 망대를 세우려고 하면, 그것을 완성할 만한 비용이 자기에게 있는지를, 먼저 앉아서 셈하여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초만 놓은 채 완성하지 못하면, 보는 사람들이 그를 비웃을 것이며, '이 사람이 짓기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는 못하였구나' 하고 말할 것이다(28-30).” 이 말은 이런 말입니다. ‘망대’는 도성을 지키기 위해 성벽 모서리에 세운 파수대 혹은 망루를 말합니다. 망대를 집으로 바꿔 말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우리가 집을 지으려 하면, 그 집을 지을만한 돈이 충분히 있는지 따져보게 됩니다. 만약 집을 지을 의지만 있고, 돈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집의 기초만 쌓고 결국 완성하지 못하게 됩니다. 당연한 사실이지요. 그럼 사람들은 시작만하고 완성은 하지 못했다고 그 사람을 비웃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집을 짓기 위한 충분한 고려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돈이 모자라 지붕 없는 집을 지었다면 그것을 어찌 집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께서 왜 이 말씀을 하셨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예수의 이 비유를 통해 당신을 따르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함을, 그러나 따르기로 결정했다면 멈추지 말고 끝까지 걸어 그 길의 끝에 당도하기를 바라고 계신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서두에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기 때문에 흔들리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께서도 그것을 잘 아셨기에, 이렇게 우리에게 당부하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믿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자는 자신에 대해 깊이 알아야 한다. 

 

드디어 오늘 본문의 마지막입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위한 마지막 비유를 드십니다. 읽어드리겠습니다.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나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서 자기에게로 쳐들어오는 그를 자기가 만 명으로 당해 낼 수 있을지를,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당해 낼 수 없겠으면, 그가 아직 멀리 있을 동안에 사신을 보내서, 화친을 청할 것이다(31-32).” 이 말은 이런 말입니다. 두 임금이 싸움을 벌입니다. 일만 명의 병사를 가진 임금에게, 이만 명의 병사를 가진 임금이 쳐들어옵니다. 그럼 일만 명의 병사를 가진 임금은 즉시, 자신보다 두 배나 많은 병사를 가진 임금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야 합니다. 그것을 헤아리지 못한 채, 무턱대고 싸움을 벌인다면 백전백패인 것이지요. 지혜로운 판단으로 자신이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면, 자신의 병사가 몰살당하기 전에 미리 사신을 보내어 화친 혹은 화평을 청해야 합니다. 그것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또 자신의 병사를 아끼는 방법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 자신을 따를 제자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안다.’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내가 누군지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며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삶의 목표는 무엇을 이루었나보다 내가 누군지를 아는 것입니다. 나의 내면에 대해 깊이 아는 것이 곧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깊이 아는 것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나의 생각과 판단, 감정마저도 소유하지 마라

 

예수께서는 오늘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서 누구라도,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33).” 결국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이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주님 앞에 설 때에 나의 생각과 판단, 감정마저도 모두 내려놓고 서야 합니다. 우리는 욥과 같이 하나님께서 땅의 기초를 놓을 때(38:4)나 땅을 설계 할 때(38:5)를 결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작은 존재이기도 한 것입니다. 

 

예수를 따르는 그 아득한 길

 

긴장한 나머지 길어지는 설교의 내용을 끊지 못했습니다.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길은 ‘아득한 길’입니다. ‘아득하다’는 말은 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 희미하고 매우 멀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를 따르고 그 길 위에 들어선다는 것은, 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 희미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불안하고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 모호함과 불안함을 서로 견뎌주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줄 때, 놀라운 주님의 사랑이 우리를 감싸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주체적인 독립의 사람, 직립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삶을 거뜬히 짊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타자를 기꺼이 맞이하며 그들의 설 땅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유혹 속에서도 멈추지 말고 끝까지 믿음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기를 주저하지 말고 깊은 내면에서 사랑으로 채우시는 주님과 늘 만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주님 앞에 설 때에는 나의 생각과 판단, 감정마저도 모두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모든 것 우리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멈추어 서서 기도해야 하는 것이지요. 성령의 도움을 늘 구해야 합니다. 날이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시원해진 날씨만큼, 하늘 아버지의 마음도 시원케 해 드리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