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 Note / 전도서 (2)] 인생을 즐겨야 할 이유

2024. 6. 19. 15:06Note

20240620 청파교회 새벽설교

 

인생을 즐겨야 할 이유

 

<전도서 8장 16-17절> 

 

16. 내가 마음을 다하여 지혜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였을 때에, 그리고 땅 위에서 밤낮 쉬지도 않고 수고하는 사람의 수고를 살펴보았을 때에, 

17.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을 두고서, 나는 깨달은 바가 있다. 그것은 아무도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뜻을 찾아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람은 그 뜻을 찾지 못한다. 혹 지혜 있는 사람이 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도 정말 그 뜻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왕의 명령에 복종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전도서 8장입니다. 전도서 7-9장의 서두까지는 옛 지혜를 새롭게 검증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전도서 8장에도 여러 가지의 옛 지혜들이 등장합니다. 

 

먼저 전도서 8장 2-8절에는 가장 먼저 왕이 등장합니다. 전도서의 저자는 왕궁에 들어가는 사람은 왕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그가 왕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하나님 앞에서 그렇게 하기로 맹세하였기 때문입니다(2). 전도서의 저자가 이렇게 말한 근거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왕이 세워졌던 이스라엘의 왕정체제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왕권에 대한 강한 비판이 배후에 숨겨져 있는지 확실히 알 순 없습니다. 그러나 전도서의 저자는 문맥상 왕에게 복종할 것을 명합니다

 

악인이 받는 칭찬

 

이어서 9-14절의 말씀을 보면, 전도서의 저자는 평소처럼 악인과 의인을 비교하는데, 그런데 그 비교의 내용이 평소와 같지 않습니다. 먼저 전도서의 저자는 악인이 받는 대우에 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악한 사람들이 죽어서 무덤에 묻힙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장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들을 두고 모두가 칭찬을 합니다. 특히 그 악한 사람들이 평소 악한 일을 행하던 바로 그 성읍에서 칭찬의 소리가 들립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지혜자는 허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그는 세상의 일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일은 지금도 일어납니다. 욕심을 부리며 사는 사람은 오히려 큰 성공을 거두어 평안한 인생을 삽니다. 그러나 정직하고 경건하게 사는 사람은 오히려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너무 빈번히 발생하다 보면,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닌 이상은) 사람은 의에 길에 회의감을 느껴서 그렇지 못한 길로 들어설지도 모릅니다.  

 

적절한 예가 될진 모르겠습니다만, 영국 출신의 배우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 유명합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두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100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라고 말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사람의 일’이라고 하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알면 알수록 복잡한 것이 인간의 삶이자 인간이 저지르는 일입니다. 깨어 있지 않으면, 한순간에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로 우리입니다. 

 

전도서의 저자도 회의감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이 세상에서 헛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악한 사람이 받아야 할 벌을 의인이 받는가 하면, 의인이 받아야 할 보상을 악인이 받는다. 이것을 보고, 나 어찌 헛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14) 우리는 자기중심을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주님의 일을 하는 것이 어떤 보상을 바란 건 아니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물론 주님의 일을 할 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보상인지가 중요합니다. 물질이나 성공과 같은 보상을 바랐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주님 앞에 잘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복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보상이 눈에 보이는 물질과 성공이 아니라 의미와 보람과 같은 것이라면 악인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쉽게 절망에 빠지진 않을 것입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삶

 

마지막으로 전도서 8장 15-17절을 보면, 마침내 전도서의 저자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는 하나의 진리를 깨닫습니다. 그것은 15절의 말씀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는 생을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에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일하면서, 하나님께 허락받은 한평생을 사는 동안에, 언제나 기쁨이 사람과 함께 있을 것이다.”(15) 

 

전도서의 저자는 인생을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세상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말씀을 듣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는 전도서의 저자가 한 말의 표면적 내용에 동의하여서 전도서가 말한 그대로 살려는 반응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인내하며 추구한 소중한 가치들을 내려놓고,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주위를 돌아보기를 멈추고, 그저 자신을 위해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삽니다. 그에게는 (다른 의미로) 현재만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도서 저자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류입니다. 전도서의 저자가 아직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그가 한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냥 지나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도서의 저자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16-17절 말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참된 지혜가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해보고 또 밤낮 쉬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깨달은 바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아무도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다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전도서의 저자가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사는 게 가장 좋은 삶이라고 말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그는 결코 삶을 소비할 것을 응원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깨달음이 얕은 것도 아닙니다. 전도서의 저자는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는 그저 작은 미물에 가깝기 때문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다 이해할 수 없음을 알려주려고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에게 겸손할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겸손과 기쁨 

 

반복하여 말씀드리는 대로, 전도서는 미래가 희망찰 거라는 입장회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전도서는 결코 비관적인 지혜서가 아닙니다. 전도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바로 겸손기쁨입니다. 하나님 앞에 겸손히 행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느라 현재가 주는 기쁨에 소홀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가 바로 전도서의 메시지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먼저 우리는 악인들이 받는 보상을 부러워하지 말아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나보다 잘 사는 친구를 보며,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하물며 승승장구하는 악인을 마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번성하는 악인을 보며 우리는 쉽게 절망에 빠집니다. 절제하고 인내하며 살아온 삶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물질과 성공이 아니라 의미와 보람과 같은 것이라면 (악인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쉽게 절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즐거움입니다. 주님의 일을 하는 것, 주님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자기 안에서’ 즐거움이 되지 않으면 신앙생활을 지속해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말씀 후반부에 전도서의 저자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입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인간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되 내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삶임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오늘 하루를 지내며, 내가 주님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하시는 일을 다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되, 주어진 일상을 기쁨으로 충실히 살아내는 저와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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