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2024. 6. 8. 23:33Salon

 
2024.6.8. 
 
사람은 오래 살다 보면, 기념해야 할 날들이 많아집니다. 물론 어떤 날들을 기념할지 안 할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어떤 날을 기념하기로 정하고 나면, 그날이 다가오는 것이 기다림이자 부담이 됩니다. 나눌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념일이 기다림의 시간일 테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날이 부담일 것입니다. 기념일이 가진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기념한다는 것을 리추얼(ritual)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종교의식 절차를 뜻할 때 자주 사용되지만, 일반적인 의례를 말할 때도 사용됩니다. 기념일의 전통은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기념일을 지켜 온 무게와 깊이는 무겁고 깊습니다. 하지만 리추얼의 의미에는 꼭 그렇게 엄숙하고 틀에 짜인 기념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도 충분히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념일은 준비하는 사람이나 챙김을 받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습니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 간에 이러한 리추얼을 지키는 것이 잦아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은 의도적으로 기념일을 만들고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의 기념일을 챙긴다는 것은 부담되는 일입니다. 그래도 그날을 기념하여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것은 상대를 생각하는 수고와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애씀이 따르는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쉬워지고 빨라지는 세상입니다. 물론 기념일을 지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순간들을 기념함으로 더 좋은 인간 세상을 만들진 못하더라도 더 냉랭해지려는 세상은 막아설 순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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