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누군가의 부재가 왜 고통이 되는가. 부재가 곧 무지의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없는 것/사람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한때 있었다가 없어진 것/사람은 지금 어떠한지 알지 못하고, 그래서 고통스럽다. 연인들은 곁에 없는 연인이 심지어 조금 전에 헤어졌어도, 지금 무얼 하는지, 누구와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이 의심과 불안은 고통을 만들고, 이 고통이 보고 싶다, 그립다, 라는 말로, 기만적인 순화의 과정을 거쳐, 표현된다."
그녀가 말이 없다. 계속해서 말이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시간이 흐르자 점점 화가 난다. 처음에는 미안했지만 점점 화가 난다. 그녀가 말이 없는데 왜 내가 화가 난단 말인가.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이 없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이 화로 변한다. 그 화는 상대로부터 왔지만 그 화는 상대와 무관하게 나 자신에게 나 있는 것이다. 모르면 의심하고 모르면 불안해 진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부재한 연인들은 보고 싶다, 그립다, 라는 기만적인 순화의 말로 부재의 고통을 표현한다. 상대방의 침묵에서 오는 그 고통을 표현할 좋은 기만적인 순화의 언어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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