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317)
-
[에세이] 잊을 수 있어 좋았던 제주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타인에 대한 비판이 매일을 가득 채웠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계속 쫓아다닌 생각들. 직면하자니 숱한 감정들이 차오른다. 피하면 먼 길을 돌아, 돌아온다는 믿음 때문에 피하지 않고 바라보려 했던 내 안의 솟아나는 감정들. 상황은 유동적이고 그 상황에 맞춰 감정도 계속해서 바뀌어갔다. 그러다 피하는 것도 싸움의 일부라는 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제주의 시간은 자책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리두기의 시간이었다. "위협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선한 싸움을 이끄는 동안 이 말을 결코 잊어버리지 마세요. 또한, 공격을 하거나 도망을 가는 것도 싸움의 일부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다만 싸움에 속하지 않는 것은, 두려움에 마비된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죠."..
2020.11.22 -
[에세이] 진심이 통하지 않은 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이 어려움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삶이라는 게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애썼지만 마음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날이 있다. 진심을 다했지만 그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면 그건 진심이 아니었던 걸까. 모르겠다. 모든 속 마음을 다 꺼낼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안 꺼내자니 이야기가 계속 맴돌기만 한다. 어떻게 꺼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그럼 그 '어떻게'를 가르쳐달라. 말로 전할 수 없다고 말할 거면,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 나으리라. 당신은 '내'가 아니지 않은가. 세상엔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는 건가. 잘 맞지 않는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 잘 맞지 않는 사람은 시간이 가면 잘 맞아질 수 있는 건가. 잘해보려 해도 자꾸 어긋나는 관계는 어떻..
2020.11.01 -
[에세이] 한강변을 뛰다가 엉뚱한 생각이 들다
한강변을 뛰다가 힘든 몸에 긴장감을 줄 어떤 도구가 필요함을 느꼈다. 음악이었다. 그래서 평소 잘 듣지 않던 아이돌 노래를 듣게 됐고 이 친구들의 음악이 몸에 텐션을 주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여러 날을 별생각 없이 뛰다고 오늘 굉장히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의 저작권에 관한 생각이었다. 곡 하나 잘 써서 인기를 끌면, 노래 한 곡으로도 엄청난 수입이 생긴다는 생각이었다. 요즘은 개인 방송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졌는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를 쓸 경우에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예술. 노래. 저작권. 신고. 노래 한 곡이 수입원이 되고 그렇기에 누군가 함부로 그 노래를 개인적으로 취할 때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시스템. 잘 체계화된 것 같지만 바람직한 세상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2020.10.12 -
[에세이] 견주어보며 걷는 길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개념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으며 때론 사람도 그러하다. 나는 친구 녀석이 가리킨 나무를 보며 은행나무라 말했고, 어이가 없다는 듯 녀석은 이 나무는 은행나무가 아닌 플라타너스라고 말했다(사강 때문에 특별해진 “이 플라타너스”). 비교해보니 알겠더라. 개체로 있을 땐 잘 모르겠던 것이 비교를 통해 개별성이 드러나ᄀ..
2020.10.08 -
[책] 단순한 행복
죽음을 맞는 순간 한숨을 지으며 이런 말을 한 위대한 정복자는 누구였던가. "나는 내 인생에서 자그마한 집 한 채와 아내와, 잎사귀가 쪼글쪼글한 박하나무 화분 하나, 이렇게 세 가지밖에 바라던 것이 없었지만 그 소망을 이루지 못했노라" 인생이란 너무도 이상해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2020.10.04 -
[에세이] 모기에 담긴 추억
가을이 오면 모기가 극성이다. 알람도 한 번에 깨우지 못한 이 무거운 몸뚱이를 모기는 단번에 일으킨다. 귓가에 왕왕대는, 평생 익숙해질 수 없는 그 기묘한 날개소리의 힘은 가히 대단하다. 대체 어떻게 집으로 들어왔나, 모기의 유입경로를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 길어지면, 집안을 완전히 밀폐시키고 에프킬라를 잔뜩 뿌려놓은 뒤 산책을 나갔다와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 모기 포획방법은 어렸을 때 엄마, 누나와 함께 늦여름 저녁마다 하나의 의례처럼 행했던 방법이었던 게 생각이 났다. 모기가 추억 하나를 불러온 것이다. 단잠을 자기 위해 집안을 에프킬라로 가득 채운 뒤 산책을 나갔다 왔던 그 시간들을 가을 모기가 물고 온 것이다. 살다 보면 잊혔던 옛 기억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잊은 줄..
2020.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