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인간은 악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비범함에 이끌린다. 악을 행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악의 어떤 속성인 비범함을 소유하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내세우기를, 그렇게 보이기를 원한다. 모든 유혹의 핵심에 이 욕망이 깃들어 있거니와 특히 이런 유혹에 취약한 시기가 있다. 에밀 싱클레어의 시간이다." (이승우, <고요한 읽기>)
이 문장에 의하면 '인간은 악에 이끌린다'라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인간은 악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악이 담고 있는 비범함에 끌리기 때문이다. 악은 낯설다. 그래서 인간은 악을 불편해하면서도 그것에 이끌린다. 나이가 들면 유혹의 종류도 바뀐다. 유혹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형태의 유혹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유혹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유혹에 늦게 노출된 사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처음이기 때문이다. 처음 겪은 일의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방황은 필수다. 일찍 유혹에 흔들린 사람, 여러 차례 유혹에 흔들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튼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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