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헤르만 헤세는 두 세계를 대비시킨다. 에밀 싱클레어와 프란츠 크로머는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한쪽에 모범과 교육, 광채와 투명함과 청결함의 세계가 있고 다른 쪽에 거칠고 무시무시하고 무질서한 세계가 있다. 두 세계는 서로 너무나 다르다. 문제는 이 구별된 두 세계가 맞닿아 있다는 데 있다. 맞닿아 있는데 금지되어 있다는 데 있다. 금지되어 있는데 유혹적이라는 데 있다." (이승우, <고요한 읽기>)
<데미안>이 좋은 책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빛과 어둠의 대조다. 빛과 어둠은 두 세계가 확실하다. 선과 악이 하나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은 구별하기 위한 구분이지 인간이라는 한 존재 안에서의 구분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우리 안에는 밝음과 어둠이 늘 공존하기 때문이다. 프란츠 크로머(악/어둠)와 에밀 싱클레어(선/밝음)는 우리 안에 있는 두 존재를 일컫는다. 우리 안에는 '밝고 맑고 깨끗한 것'을 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둡고 탁하고 때론 더러운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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