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한번은 어떤 사람이 버나드 쇼에게 성령이 '성서'를 썼다는 사실을 믿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모두 성령이 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책이란 저자의 의도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 책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이승우, <고요한 읽기>)
흥미로운 말이다. "다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모두 성령이 썼다." 여기서 말하는 성령은 삼위일체 가운데 한 위격을 말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의 범위를 확장한다. 모든 사람이 글을 쓰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글을 쓴다. 어떤 책은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덮기도 한다. 더 이상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책은 품에 안고 싶어진다.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싶은 욕구를 샘솟게 만든다. 그런 책은 다시 다시 읽게 된다. 소장의 욕구 또한 샘솟는다. 바로 이러한 경험을 주는 책의 저자가 실제로 글을 쓴 저자와 성령이다. 두 존재가 공동집필자인 것이다. 좋은 책은 저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어떤 존재의 개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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