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누군가의 부재가 왜 고통이 되는가. 부재가 곧 무지의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없는 것/사람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한때 있었다가 없어진 것/사람은 지금 어떠한지 알지 못하고, 그래서 고통스럽다. 연인들은 곁에 없는 연인이 심지어 조금 전에 헤어졌어도, 지금 무얼 하는지, 누구와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이 의심과 불안은 고통을 만들고, 이 고통이 보고 싶다, 그립다, 라는 말로, 기만적인 순화의 과정을 거쳐, 표현된다." (이승우, <고요한 읽기>)
그녀가 말이 없다. 계속해서 말이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시간이 흐르자 점점 화가 난다. 처음에는 미안했지만 점점 화가 난다. 그녀가 말이 없는데 왜 내가 화가 난단 말인가.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이 없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이 화로 변한다. 그 화는 상대로부터 왔지만 그 화는 상대와 무관하게 나 자신에게 나 있는 것이다. 모르면 의심하고 모르면 불안해 진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부재한 연인들은 보고 싶다, 그립다, 라는 기만적인 순화의 말로 부재의 고통을 표현한다. 상대방의 침묵에서 오는 그 고통을 표현할 좋은 기만적인 순화의 언어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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