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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우회

by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2024. 11. 9.

 

2024년 11월 9일 토요일 

 

"책의 은밀하고 안온한 어둠을 그때 알았다. 세상은 살벌한 빛으로 환한 골목길이었고, 독서는 내게 허락된 어두운 골방이었다. (...) 책의 어둠은 안온해서 뒷골목의 살벌한 빛으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을 주었다. (...) 그것은 부정이나 극복이 아니라 실은 외면이다. 그렇지만 외면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 우회는 피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통과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통과하지 않고도 통과할 수 있다." (이승우, <고요한 읽기>) 

 

극복의 가장 좋은 방법은 직면이다. 회피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절대 쉽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직면하고 나면 어렵게 여겨졌던 문제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외면하는 것도 어떤 것을 통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외면은 곧 우회를 가리킨다. 돌아서 가는 길도 내게 힘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승우 작가는 이런 식의 '의외의 효과'는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작은 가능성도 가능성은 가능성이다. 파울로 코엘료도 <순례자>에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공격을 하거나 도망을 가는 것도 싸움의 일부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다만 싸움에 속하지 않는 것은, 두려움에 마비된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죠."라고 말한 바가 있다. 공격(직면)과 도망(회피/우회)도 내게 '의외'의 힘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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