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7일 일요일
"나는 텍스트의 여백으로 침투해 들어가려고 했다. 여백은 신의 말과 인간의 말이 맞부딪치는 자리이다. 여백은 침묵이 아니라 소란이다. 어떤 말로도 옮겨지지 못해 유보된 말들이 발굴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공간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러니까 이 작업은 더 나은 이해를 위해서이지 훼손을 위해서가 아니다."
여백은 엑스트라들에게 마이크를 달아주는 것이다. 여백은 주인공이라고 하여도 말하지 않는 순간에 마이크를 달아주는 것이다. 그들의 침묵에 귀를 기울여 보면 그 침묵은 소란으로 가득 찬 걸 알 수 있다. 여백은 소란이고 침묵은 소란이다. 그래서 말 없고 조용한 사람의 내면은 말 많고 시끄러운 사람만큼 소란스러운 걸 알 수 있다. 이승우 작가는 다른 책에서 말한다. "조용한 사람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은 모르고 관심도 갖지 않는다. 조용한 사람은 내면도 조용하리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모든 여백은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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