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요일
"카페에 마주 앉아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손가락을 움직이는 연인을 본다. 간혹 얼굴에 엷은 웃음이 번지지만 그 웃음은 마주 앉은 사람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을 향하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은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곳에 접속해 있다. (...) 신체적으로 옆에 있는 연인의 마음이 실제로 어디에, 혹은 누구 옆에 가 있는지 말할 수 없다. 물리적 접촉이 만남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물리적 공간의 점유가 친밀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 이 두 사람이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승우, <고요한 읽기>)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있지는 않지만 함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는 몸은 함께이나 마음은 따로인 연인을 말하고 후자는 몸은 함께 있진 않지만 마음은 함께인 연인을 말한다. 우리는 '함께'라는 말을 구분 지어 사용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살면서 이러한 경험을 한다. 물리적인 거리가 마음의 거리를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이다. 물론 사람은 누군가에게 100% 관심, 100% 집중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도 아니다. 인간관계에도 숨구멍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숨구멍이 서로 어긋날 때이다. 사랑은 어렵다. 타자의 일을 내 일인 양 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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