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317)
-
[에세이] 신영복 선생님을 생각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걸 다시 느낀 일이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난 선생님께서 '죽음'에 관해 쓴 글이 기사화 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 보니 돌아가신 것이다. 순간,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희귀 피부암을 겪고 계셨다니. 전혀 알지 못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님은 내 삶에 깊이 관여해 계셨다. 그분의 글을 언제 처음 접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분의 글과 말과 삶은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선생님의 글은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내 생각과 마음을 붙잡아 주셨고 또한 나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가리켜보여 주셨다. 꼭 한번이라도 뵙고 싶었기에 몇 해 전, 서강대에서 열렸던 선생님 특강에 찾아갔었는데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
2016.01.17 -
[에세이] 두 사람 사이에 그리움이 튼다
책을 읽다 책 속에 마종기 시인의 이라는 시집의 '우화의 강'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게 되었다. 그 시에서 그리움 가득한 내 마음과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난다.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게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
2016.01.14 -
[책] 중세중기 빅토학파 '빅토의 휴(Hugh of St. Victor)'
중세교회의 영성(500-1500)가 중에 중세후기 인물이었던 빅토학파 '빅토의 휴(Hugh of St. Victor, 1096-1141)'가 기억에 남는다. 그와 관련된 책의 내용을 기록해 볼까한다. 1. "빅토의 휴는 위대한 통합주의자이다. 그는 모든 학문은 하나님 경험과 관계되며, 이성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정서적인 신앙과 모순이 없다고 믿었다. 정서적인 믿음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궁극적인 수단이었다(p84)." 2. "그의 논리는 이렇다. 먼저 성서로 시작해서 신학으로 넘어가고, 윤리로 결론지으라는 것이다. 이 과정의 모든 목표는 하나님을 관상하는 것이다(p85)." 3. "노아의 방주가 휴에게는 영성의 원형이었다. 휴는 방주의 유형에 대한 세 논문을 썼다. 방주는 인간의 가슴이다. 하나님은 가슴에다 ..
2016.01.12 -
[공부의 시대] 나의 인생, 나의 학문 '유홍준'
창작과 비평 50주년 기념 명사특강에 다녀왔다.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소식을 접하고 신청했더니 운 좋게 당첨이 됐나 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출판사 이름과 강사의 이름, 특강 제목이 마음에 들어 신청했다고 할 수 있다. TV에서 몇 번 뵙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자리가 있을 때마다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지만 함께 할 수 없음에 억지로라도 마음을 추스르고 그곳으로 향했다. 당첨자 우선이라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특강 마치고 돌아보니 신청 없이 당일에 온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명사긴 명산가보다.' 기억에 남은 이야기 한 가지를 남겨볼까 한다. 작가 유홍준이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글씨체를 갖고 이야기를 했..
2016.01.08 -
[에세이] 신은 죽고 없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지독하게 아프게 할까 당신을 간절히 원하며 기다렸건만 그 기다림의 끝이 이토록 비참한 것이어야 했나? 난 어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은 죽고 없었다'고. 안다, 잘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해라. 다 내가 초래한 일이고 내가 만든 일이다.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제발 이제 그만해라. 신께 당신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그 신이 당신을 가져갔다. 내 눈 앞에서 마치 나를 조롱하듯이. 그래요,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어떻게 살면 되죠? 말씀 좀 해보시죠. 제 마음이 제 뜻대로 안 됩니다. 근데 당신이 내 마음을 더 비참하게 해 놨어요.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가요? 당신은 참 냉정합니다. 여전히 침묵 중입니다.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당신의 은혜였다라는 말로 나를 ..
2016.01.07 -
[에세이]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내일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뛰는 심장이 멈추지 않습니다. 단지 기쁘고 설레여서가 아닙니다. 갑자기 찾아간 그곳에서 당신과의 만남이 마지막이 될까 두려워서 입니다. 당혹스러워하며 차갑게 반응할 당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자꾸 가슴이 작아집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웠습니다. 얼굴 마주보며 따뜻한 밥 한끼 하고 싶었습니다. 지나친 욕심인 것도 잘 압니다. 근데, 이렇게 혼자 가슴앓이 하느니 차라리 부딪쳐보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냈습니다. 지나친 용기를 냈습니다. 그대는 요지부동일 겁니다. 나를 피하는 당신이 어쩌면 헤어진 연인들이 취해야 할 당연한 태도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3-4달을 보냈습니다. 어떤 연락도 하지 못했고 당신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201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