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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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마음을 다스리는 것
지나온 시간들을 잠시 떠올려 본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항상 행복해하기만 하거나 항상 힘들어하기만 했을까? 어설픈 기억을 거슬러 뒤를 돌아다보면 기쁠 때와 슬플 때, 희망할 때와 절망할 때, 환호를 지를 때와 조용히 침묵할 때가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학교에 들어와 공식적인 첫 사역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원했던 중고등부 담당보다 공석이었던 유초등부를 맡게 되었지만 나름의 설렘을 갖고 그 일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아직도 그때의 사역을 어두운 추억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지독한 부목사님을 만나 지독한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참 끔찍했고 안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가 힘든 시간이었던 만큼 또 그만큼 소중한 사람들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표교) 첫 사역지에서..
2016.01.04 -
[에세이] 어둠이 짙게 드리운
새해는 밝았지만 여전히 어둡기만하다.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있구나. 많은 사람들이 새로 떠오르는 해를 보았지만,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내 삶의 해는 여전히 떠오르지 않고 있다. 삶을 나누는 메시지를 준비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사람이다.' 사실 이 말은 나의 고백이지만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어둠 속에 있는 나는 빛을 보기 어렵다. 길을 잃은 것만 같다. '절망' 속에서 헤어나올 방법을 모르겠다. 느지막이 집을 나서며 김기석 목사님이 선물해주신 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무슨 위로가 있기를 바라며 동네 카페에 나와 책을 펼쳤다. 요즘 나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질문들이 있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
2016.01.02 -
[에세이] 기도가 이런 걸까
할머니께서 생선 손질을 마치고 일어서시며 혼잣말을 하셨다. "아휴, 아부지. 다리에 근력을 좀 주셔유." 할머니는 여든이 넘어가며 평소 다리에 힘이 없어 일상을 불편해하곤 하셨다. 참고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할머니가 말한 '아부지'는 나도 어떤 대상인지 모르겠다. 이 말을 무심히 듣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다. '기도가 이런 것일까?' 사실 우리가 가만히 앉아 팔과 다리에 힘(근육)을 달라고 기도하면 그 기도의 응답은 어떻게 오겠는가? 백날 가만히 앉아 이러한 기도를 드린다고 없던 힘(근육)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할머니를 한심하게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내 기도를 돌아보고자 하기 위함이다. 할머니는 저 말씀 후에 부지런히 걷고 또 걸어 다니셨다. 기도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2015.12.31 -
[에세이] 사랑은 곧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누구신가?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고 또 믿고 있다는 하나님은 누구신가? 그 하나님은 과연 살아 있는 게 맞는 걸까? 요즘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늦은 밤, 침묵(기도)을 하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냐고 그리고 당신은 살아 있는 게 맞냐고. 내가 믿는 신은, 내가 믿는 하나님은 인류 보편적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 분이여야 했다. 온 세상과 세계 모든 종교와 무신론자들을 두고 봤을 때, 보편적으로 개념화 할 수 있는 존재여야 했다.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존재에게 더 이상 기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불안함 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당신을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개념화 되지 않는 당신 때문에 기도가 되지 않는다. 기도하는 대상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불안함 속에 침묵하..
2015.12.29 -
[에세이] 존재의 상실 '자살'
쏟아지는 정보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보였습니다. 오늘 새벽, 서울대학교 학생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했다는 기사였습니다. 거대한 존재의 상실을 두고 그저 슬퍼하는 것 외에 어떤 말도 무가치하겠지만, 책의 저자(유시민, )가 '자살'에 대해 말했던 것이 제 마음에 공명을 일으켜 작은 글을 남겨봅니다. 먼저 이 글을 남기기에 앞서, 이미 무뎌질대로 많이 무뎌져 있는 제 마음을 봅니다. 우리 모두의 먼 이웃인, 타자의 죽음 소식을 그저 하나의 '기사'정도로만 느끼고 있는 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어제 참석했던 포럼에서 한 어머니가 본인이 세월호의 거대한 사건 앞에 슬퍼하고 있을 때, 자신의 아들은 당장 내일 해야 할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게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인 거 같다며 우려를 나..
2015.12.18 -
[에세이] 어떻게, 살까
안수를 받고 개척교회 담임자가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목회란 무엇이며 목사는 또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뿐이다 답이 내려지지 않는 이 골치 아픈 질문을 잠시 내려놓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뭘까?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따라 사는 삶이 아니라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의 방식은 뭘까? 라는 질문을 해본다 목회의 길보다 사람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가끔 동네 목사님들을 만나거나 목회에 열심히 전념(?)하는 이들을 만나면 다시 내 마음은 불편해진다 왜 불편할까? 무엇이 나를 답답하게 할까? 내가 그릴 수 있는 내 미래의 밑그림을 그려본다 지금 우리 교회에는 성도들이 없다 그럼 성도를 모으기 위해 전도를 해야한다 (전도는 물품을 나누는 개념이 아니겠다) 성도가 모였다고 치..
201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