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죽음은 게으르고, 동시에 즉흥적이다. 요컨대 종잡을 수 없다. 죽음은 올 때까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늦어져도 언젠가는 온다. 늦어질 뿐 철회되지는 않는다. 죽음은 신실해서 온다는 약속을 파기하지 않는다. 다만 오는 시간을 우리가 모를 뿐이다."
주위에 게으르면서도 즉흥적인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과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약속했는데 도저히 나타나질 않는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만 포기한다. 그런데 포기한 그 순간, 아주 갑작스레 그 친구가 나타난다. 이렇게 게으르고 즉흥적인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친구는 결코 약속을 파기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또한 이중인격자다. 게으르지만 성실하기 때문이다. 죽음이 그렇다. 죽음은 온다. 누구에게나 온다. 반드시 온다. 그러나 죽음이 올 것을 알아도 그 앎에 너무 매여서는 안 된다. 두려움 때문에 일상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가올 죽음을 잊은 채 너무 준비 없이 사는 것도 안 된다. 무분별한 삶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되기 때문이다. 죽음을 친구로 삼아야 하지만 너무 가까이 두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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