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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317

[에세이] 춤추는 별과 혼돈 그대들에게 말하거니와,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인간은 자신 속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누구도 춤추는 별을 낳아야 할 의무는 없다. 그건 각자의 몫이자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이 땅에 던져졌고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기에 생의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생이 주는 무거움이자 원동력이다. 누구나 혼돈보단 안정을 좋아한다. 혼돈이 주는 불안함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엉뚱함은 여기서 드러난다. 안정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인간은 고립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럼 혼돈이라는 말에 어떤 열쇠가 담겼단 말인가? 혼돈을 간직한다는 게 뭘까?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도전하고 부딪치며 자신을 낯선 것에 노출시키는 것, 위험과 모험을 감행.. 2018. 9. 13.
[에세이] 광기와 죽음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p.92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설명하기 힘든, 설명할 수 없는 내 속의 무엇을 간직하며 산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옳은 답이 아니라 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어법일 테다. 그런데 남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 중 대부분은 어떤 대단한 .. 2018. 9. 8.
[에세이] 희망 없이 행동하고 내가 고려 중인 가능성을 나의 행동이 엄격하게 앙가제하지 못할 때, 이때부터 나는 그 가능성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신도, 그 어떤 섭리도 세계와 그 세계의 가능한 것들을 결코 나의 의지에 맞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데카르트가 '세계를 이기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이겨라'라고 말했을 때, 결국 그 근본을 따져보면, 그는 같은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즉 희망 없이 행동하라는 것 말입니다. 장 폴 사르트르, , 이학사, p.54 작가가 되지 못해도, 자기 이름으로 된 책 하나 내지 못해도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 건강이 호전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운동을 한다는 것, 사랑의 실패 때문에 자꾸 상처를 받았도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랑에 자신을 던지는 것, 신이 끊임없이.. 2018. 9. 1.
[에세이] 삶은 법정에 선 것 같다 “인간 세계에서는 정의(재판)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그 정의는 필연적으로 그러한 외관들만을 보고서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 정의는 따라서 어쩔 수 없이 거짓되고 억지이며 왜곡된 것입니다. 뫼르소라고 하는 ‘우리들에게 어울리는 단 하나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바는 바로 복음서가 말하는 ‘남을 재판하자 말라’인 것입니다.” 로제 키요, 中 그는 몇 마디 말을 더 건넨다.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인간의 정의와 사법만이 아니라고, 우리 삶 전체가 법정에 선 것 같다고, 도처에서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거부의 자세를 취한다. 카뮈는 말한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2018. 8. 29.
[에세이] 사랑에서 작동되는 권력 사랑의 권력은 아무 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 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 게 많은 사람에게 힘 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p.176-177 ​ 사랑은 참 희한하다. 사랑에서 권력은 정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원래 권력이란 누군가에게 행사하는 힘을 말하는데, 어찌된 게 사랑에서는 힘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이 힘 있는 사.. 2018. 8. 23.
[에세이] 영화 ‘Youth’ 그리고 젊음 ​“저 산을 봐봐. 젊었을 때는 이렇게 모든 게 가까워 보여, 미래니까. 반대로 이렇게 봐봐. 늙으면 모든 게 이렇게 멀게 보여, 과거니까” 영화, ​​ 영화는 젊음을 이렇게 비유한다. 망원경을 정방향에서 보면 멀리 있는 것이 가까워 보이지만, 거꾸로 잡고 볼 때는 가까이 있는 것마저 멀리 보인다. 영화는 젊음이란 무엇인지, 젊음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황을 여럿 연출한다. 그곳에서 발견한 젊음의 흔적 몇 가지를 기록해본다. 1. 용기, 감정, 체면: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는 하지만 며칠 째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는 부부. 결국 먼저 ‘용기’를 낸 부인이 아무 말 없이 식사 중인 남편의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은 묵혀왔던 ‘감정’을 터뜨리게 된다. 인생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던 두 부부는 ‘체면’을 버리고.. 2018. 8. 20.
[에세이] 무엇에 끌리던 시작하라 ​사랑의 동기 중 덧없는 것을 다 뺐을 때, 무엇이 남았을까? 육체와 지성과 가진 것들을 제하니, 어떤 사랑할 이유가 남았을까? 그에게는 순수한 의식, 순수한 자신,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남았다. 알랭 드 보통,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했다. 그래서 사랑은 늘 미지의 무엇이자 영원한 희구였다. 누군가를 향해 사랑할만하다 말할 때, 대체 그 ‘사랑할 만한 것’은 무엇이었나? 우리가 누군가의 재산이나 연봉, 똑똑함이나 유쾌함, 탄력 있는 몸매나 큰 키에 끌린다고 하면 혹자들에게 아직 사랑을 모른다, 라는 말을 듣거나 혹은 사람 볼 줄 모른다, 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곤 덧붙여말하길 정말 중요한 건 사람의 성격이라고 말한다. 성격은 마법과 같다. 이.. 2018. 8. 14.
[시] 지독한 고독 ​​​​​ 사랑은 지독한 고독인 것을​​​​ 사랑의 명패가 달린 감옥으로 안내받아 갇혀버린 그는 자신의 의지로 탈출을 할 수 없다 사랑이란 이름 하에 사랑하는 이를 옥죄고 벽에 밀어붙여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일 그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기에 자신을 탓할 수 없다지만 그렇다면 어느 누가 이 일의 책임자인가 끊어내야 하나 끊어져야 하나 상대를 갖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하에 하는 모든 행위가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또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면 그곳에 있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외로운 이 고독에서, 설명해 낼 수 없는 이 답답함 속에서, 꺼내줄 이 누구겠는가 구원의 손 길은 어디서부터 향해 와 어디로 향해 가는 것일까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 2018. 7. 19.
[에세이] 이방인이 될 용기 케이가 고백을 한다. "좋아합니다. 제가 당신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 그리고 더듬거리며 용기를 내 사귀자고 말한다. 수화기 너머 크림의 답이 들려온다. "아직, 누굴 만날 생각이 없어요." 케이는 거절을 당했다. 돌아선 그는 목석처럼 굳어버린 듯하다. 더 나아가야 할까 아니면 물러서야 할까. 애매한 거절에 애매한 상황이 펼쳐졌다. 솔직함! 그게 뭐지? 솔직함은 좋은 걸까 아니면 나쁜 걸까? 나쁘다면 왜 나쁜 거지? 예의를 갖춘 '적절한' 거절이나 호응은 훌륭한 인간관계의 처세술이 맞나? 케이는 우연히 길을 걷다 카뮈의 책 을 줍는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과 지하철에서 무심히 읽다 보니 '뭐 이런 인물이 다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난해하다. 난해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 우연이 곧 표지임을 안 .. 2018.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