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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317

<삐딱하게 사랑보기> 2. 사랑은 하는 것일까, 하게 되는 것일까? 2. 사랑은 하는 것일까, 하게 되는 것일까? 즐겨듣는 팟캐스트(Potcast)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존경하는 선생님이 담임하고 계시는 ‘교회’의 팟캐스트고 다른 하나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다. 사랑에 관해 논해야 할 이곳에 웬 팟캐스트 소개인가 싶겠지만 그 이유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소개된 책 한권이 오늘 이야기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승우 작가가 쓴 가 바로 그 것이다. 물론 책 홍보를 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왜 지금, 하필 너를 사랑하게 됐을까?’의 물음을 시작으로 기독교 신앙의 한 단면까지 다루고 있기에 꽤 중요한 책이라 느껴진다. 인문과 교양, 신앙을 다루는 이 매거진에 잘 어울리기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작용’을 심리나 정신의학.. 2018. 4. 29.
[에세이]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었어요. "그녀는 선생의 책들을 제게 주며 한번 읽어보라고 했어요. 선생의 책을 읽고, 선생 역시 무의식적으로 우리 둘과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p.197)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잘-쓴다는 건 또 무어냐) 그래서 스스로 그 부러움을 인정하지 못해 대상을 시기하고 질투하기 바빴다. 그 결과는 무시로 나타났다. 넋 놓고 글을 읽다 뒤통수 한 대를 얻어맞았다. 항상 글쟁이들을 경쟁상대로만 여겼지 그들과 내가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기심이 시야를 가려버린 결과다. 물론 본받고 싶은 대상이나 배우고 싶은 솜씨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자극제다. 적절한 자극.. 2018. 4. 25.
[에세이] 순간의 사랑아,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주기를 우리는 '봄이 좀더 일찍 찾아온다면 더 오래 봄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라고 말할 순 없어요.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오. '어서 와서 날 희망으로 축복해주기를, 그리고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주기를.' ​ 파울로 코엘료, 얼마 전, 지인이 SNS에 썼던 글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함께 사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수 없기에, 그 사실을 서로가 모르지 않기에, 그래서 오늘 더 사랑하겠다고. 사랑은 영원하다고 외치는 낭만적 사랑의 홍수 속에서 그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아니, 사랑은 영원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에 사랑해야 한다. 마찬가지 사랑은 앞당길 수도 없다. 사랑.. 2018. 4. 15.
[에세이] 두 개의 우주 나는 두 여자다. 한 여자는 기쁨, 정열, 삶이 그녀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모험들을 맛보길 갈망하고, 다른 한 여자는 진부한 일상, 가족적인 삶, 계획하고 완수할 수 있는 자잘한 행위들의 노예가 되기를 갈망한다. 나는 한 몸 속에 살면서 서로 싸우는 주부이자 창녀이다. 한 여자에게 자기 자신과의 만남은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는 하나의 게임이다. 신성한 춤이다. 우리가 만날 때, 우리는 두 개의 신적 에너지,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우주다. 그 만남에 서로에 대한 경의가 부족하면, 한 우주는 다른 우주를 파괴한다. 파울로 코엘료, 모험과 안정, 두 가지 길이 우리 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두 선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며 산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알아채지 못해도 자신은 잘 아는 것이 있으니 우리.. 2018. 4. 10.
[에세이] 우리는 미지의 그 무엇을 추구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밀란 쿤데라, , 민음사, p.202 나는 고상한 사람일까? 이런 시답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걸 보니 또 ‘진지 열매’를 삼켰나 보다. 어쨌든 다시. 사람은 고상해지고 싶다 하여 스스로 고상해질 수 있는 존재일까? 한 여성 앞에서 진짜 원하는 바만 쏙 빼고 에두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러다 본심을 들키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 당황해한다. 마치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그 여성 앞에서 진짜 하고 싶던 이야기는 은밀한 이야기들이다. 생각이 .. 2018. 3. 29.
[에세이] 아직도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가? 우리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의식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아직도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면, 그의 생각은 아직 그대로인 거다. (지리적 편중과 의식의 편중 中) 이런 거창한 담론 때문에 시작된 여정은 아니었다. 돌아보니 ‘그랬구나’라고 느꼈을 뿐이다. 서서히 가까워진 한 무리와 갑작스레 가까워진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그들과 허덕거리지만 유쾌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와 장소가 줄어들고 있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그런 기회와 장소를 마련하는 게 귀찮다. 새로움에 쓸 에너지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꼬장꼬장.. 2018. 3. 24.
[에세이]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와 눈에 띄는 시 한편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처음 읽어본 그의 시는 잔잔하지만 강렬했다. 일본의 시인이자 서예가인 ‘아이다 미쓰오’의 시다. “그토록 강렬한 삶을 살았으므로 풀은 말라버린 후에도 지나는 이들의 눈을 끄는 것. 꽃은 그저 한 송이 꽃일 뿐이나 혼신을 다해 제 소명을 다한다. 외딴 골짜기에 핀 백합은 누구에게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꽃은 아름다움을 위해 살 뿐인데, 사람은 ‘제 모습 그대로’ 살지 못한다. 토마토가 참외가 되려 한다면 그보다 우스운 일 어디 있을까. 놀라워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 자신을 우스운 꼴로 만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언제나 강한 척할 필요는 없고, 시종일관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할.. 2018. 2. 22.
[에세이] 기품은 몸에서 나온다 “여유는 마음에서 나온다. 가끔 불안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바른 자세를 통해 평정을 되찾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지금 내가 말하려는 육체적인 기품은 겉모습이 아니라 몸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중략) 단순하고 절제된 동작일수록 아름다운 법이다.”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p.148 먼 길을 돌아왔다. 중학교 CA 이후 멈췄던 시간이 다시 눈앞에 도래했다. 볼링(bowling)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말이다. 물론 그 시작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깊이는 느긋했다. 볼링을 향한 지인의 열정이 솟아오르더니 이내 내 몸에 옮겨 붙는다. 그 양반 덕에 그간 잠재되어 있던 열정을 분출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게 됐고 구성원은 강요가 아닌 자율과 적절한 긴장 속에 탄력을 받게 된다. 어떤.. 2018. 2. 8.
[에세이] 혼자 떠나는 여행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나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시안으로 데려갔던 감각과 즐거움이 되살아났었다. 그때 나는 혼자서 하는 여행이 만남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영혼들은 서로를 어루만지고, 우정(우정은 일시적이지만, 어쩌면 일시적이기 때문에 여행에 동력을 불어넣는 연료가 될 수 있다)이 샘솟는 이 순간이 좋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 효형출판 일흔이 훌쩍 넘은 노인 ‘베르나르’가 리옹에서 이스탄불까지 걷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작년 생각이 났다. 지난 해 5월, 난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미지의 땅을 걷고 있었다. 여행 혹은 순례 준비를 하며 함께 떠날 파트너가 떠오르진 않았지만 당시 그것보다 나를 더 사로잡고 있었던 건 이 모든 일을 홀로 감당해 보고자 하는 의지였다. 그.. 2018.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