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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317

[에세이] 그리워하는 마음 좋아하던 무더위와 열대야가 단숨에 사라졌다. 하루 아침에 여름은 갔고 가을도 아닌 겨울을 느꼈다. 여름이 그토록 지나가길 바라도 지나고 나면 그립기 마련이고, 더위가 싫어 겨울을 기다려도 막상 그것이 다가오면 이전 것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이렇다. 붙잡으려 해도 결국 놓아주어야 할 것들이 있다. 힘써 그것을 잡으려해도 결국은 마디 사이로 흘러가 버린다. 삶이란 그것을 배우는 지난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물도, 감정도, 사랑도, 결국엔 나 자신도. 어제 만난 기혼의 내 친구들은 이제 이런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늘 응원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2016. 8. 31.
[에세이] 우리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삶이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인생이라는 것이 늘 과녁에서 빗나가기만 하는 걸까, 그렇게 느껴지는 응축의 시간이 있다. 누군가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을 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는데, 폭풍 속에 오래 있다보면 춤 추는 법을 잊어 버리곤 한다. 어쩌면 고달픈 삶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달프게 여기는 내가 있을 뿐. 우리의 삶보다 우리의 마음이 모두 안녕하기를 바라본다. *instagram: http://www.instagram.com/ss_im_hoon 2016. 8. 31.
[에세이] 존재로 서는 삶 오랜 책에는 떠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유목민과 같은 삶, 방황하는 삶 등이 떠나라는 말이 내포하는 삶의 다른 표현일 테다. 왜 오랜 책은 자꾸 떠나라 할까? 정착하지 말고 왜 계속해서 떠나라고 그랬던 걸까? 그 함의를 짐작해 보건대, 거기엔 소유의 유혹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존재로 서라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정처 없이 떠나는 삶을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내가 아는 분들 중 몇몇은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렇게 살기 너무 힘겹다는 것을 말이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헨리 나우엔이 했던 말과 마주했다. 그는 드러나게 살진 못해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하늘의 음성을 듣고 공감하며 하늘 뜻에 반응하며 사는 삶을 돕.. 2016. 8. 22.
[에세이] 춤추는 법을 아는 삶 삶이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인생이라는 것이 늘 과녁에서 빗나가기만 하는 걸까, 그렇게 느껴지는 응축의 시간이 있다. 누군가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을 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는데, 폭풍 속에 오래 있다보면 춤 추는 법을 잊어 버리곤 한다. 어쩌면 고달픈 삶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달프게 여기는 내가 있을 뿐. 우리의 삶보다 우리의 마음이 모두 안녕하기를 바라본다. *instagram: http://www.instagram.com/ss_im_hoon 2016. 8. 22.
[에세이] 슬픔과 눈물 ​ ​슬픔과 눈물. 에코백 같은 존재들이다. 내 옆을 떠날 줄을 모른다. 희망을 나누고 싶어 단상을 남기다 보면 갑자기 슬픔의 기운이 얼굴을 내민다. 빼꼼히. 사람을 만나면 항상 웃음부터 지어지지만 어찌 글은 이 모양인지 모른다. 조민아 선생님은 글 속에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난다고 하시던데. 영화를 보다가 노래를 듣다가 글을 읽다가 눈물샘은 반갑지도 않은 눈물을 자꾸 끌어올린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을 쓰신 권정생 선생님의 인터뷰 글을 보았다. 왜 선생님은 평생 슬픈 글만 쓰냐는 질문에 "세상에서 가장 맑은 것이 있다면 눈물이야. 울고 나면 용서를 할 수 있어."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결 위안이.. 2016. 7. 26.
마음의 가방 ​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지방에 내려 갈 때가 있었다. 한 주도 빠짐없이. 때론 당일치기로, 때론 하루를 묵으며. 평소 짐을 가볍게 하는 걸 좋아했던 나였지만, 보여 주고 싶은 게 뭐 그리도 많았는지 항상 가방을 가득 채워 넣고 내려갔다. 가방의 두께는 내 가슴의 두 배가 될 정도로. 가방의 재봉선이 조금씩 훼손 되는 걸 보며, 뭐 그리 많은 걸 넣고 다니냐고 타박했던 사람이 있었다. 정말, 뭘 그리도 많이 넣고 다녔을까. 무엇을. 삶이란 늘 기대에 못 미치기 마련인 것을 그 때도 알았지만, 그 순간에는 몰랐을까. 이제는 좀 가볍게 살아볼까 하면 그렇게 살아질 순 있는 걸까. 내가 맨 건 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나를 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방에는 책 한 두 권 외에 노트나 필기.. 2016. 7. 24.
[에세이] 감정의 소중함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들어간다고 한다. 당연한 소리인가?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은 들어가도 감정은 감춰야 하는 줄 알았다. 감정 없는 글쓰기가 가능한 일이었나, 다시 의문 부호를 붙여본다. 요즘 읽고 싶은 책은 중고 서적에 신세를 지고 있는 내가 오랜만에 새 책을 구입했다. 출판된 지 한 달도 안 된 책이 벌써 4쇄나 인쇄된 걸 보며 굳이 내가 사주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 작가이기에 질투가 나긴 했지만, 담백한 그의 생각을 읽고 싶어 이라는 책을 손에 집었다. 그는 첫 장에서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이 들어간다고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감정? 글에 글을 쓰는 이의 감정이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개인적으로 생물학적 욕망 외에 어떠한 사회적 욕망도 발견하지 못.. 2016. 7. 21.
[에세이] 하늘을 내리는 커피 커피의 원두는 우리를 원두의 원산지로 데려다 준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경험하게 되고, 그 중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원두를 골라 커핑을 하게 된다. 내 일상에는 가까운 이웃 나라와 아주 먼 나라에서 흘러온 갖가지 물건들이 한 자리씩 차지 하고 있지만, 커피 원두에 비하면 모두 현실감이 떨어진다. 에디오피아와 케냐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제2의 고향이 될 정도라니까. 매일 붙어 다니는 내 손의 아이폰은 전혀 미국을 떠올리게 하지 못한다. 마음이 분주하거나 일상이 고단할 때, 향이 가득한 커피 한 잔을 내린다. 그러면 나의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을 붓고, 동그란 호를 그리는 행위 속에도 하늘이 담겨 있나 보다. 땅만 바라보지 말고.. 2016. 7. 14.
[에세이] 제주의 인연 혼자 온 여행객이 많은 장소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기 마련인가보다. 대부분 20대 여행객들로 붐비는 숙소에 간혹 나와 같은 30대 사람들도 눈에 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형 한 분과 음료 한 잔을 나누게 되었다. 사진작가로 일하는 그 형님은 홍대에서 강의도 하는 멋진 분이었지만, 무엇보다 나의 호기심을 끌었던 건 최근 몰래 이사 간 효리 누님(?)의 제주 집에도 자주 들락날락 할 정도의 사이라는 것. 휴대폰에는 형님이 찍어 준 효리 누님의 사진과 상순이형의 사진이 가득하더군.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 형님의 독특한 이력을 듣게 됐다. 20대 초반, 까칠하기로 유명한 한 존경하는 교수님과 공부하고자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다시 그 길에서 떠났다고 한다. 마치 대기업 입사를 하기 위.. 2016.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