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317 [에세이] 나 자신과의 이별 이별에도 때가 있다고 한다. 중국의 항풍이라는 곳을 떠나기 전에 그 이별이 그녀에게 때를 많이 지나왔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돌아가기 전에 그녀는 자신과 이별하고 가리라, 다짐한다. 끝까지 헤어지지 말고 매달려야 하는 것과 결국은 떠나보내야 할 것이 있다. 붙잡으려 애를 써도 결국은 이별했던 게 좋았던 시절. 세월이 겹겹이 쌓일수록 때를 잘 분별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붙잡고 붙잡아도 내 것이 아닌 것이 있었고, 놓으려 해도 놓아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조금만 더 일찍 이별했더라면 그렇게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고만 살진 않았을 텐데. 시간에 비례해 존재의 알맹이들만 채워가고 싶다. 껍데기는 날려버리고. 커피가 식어 갈수록 그 향만큼은 더 짙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 2016. 7. 10. [에세이] 나, 지금을 사는 나는 여름이 오기도 전에 겨울 걱정부터 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겨울을 어떻게 날지 그것부터 생각하게 된다. 작년 이곳에서 처음 난 겨울을 생각하자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기를 없애고자 등유를 부어 난로를 켜지만, 이 공간을 혼자 사치하는 것 같아 다시 난로를 끈다. 금세 추위가 엄습한다. 방금 펼친 책이 눈에 들어 올 리 없다. 이곳에 와 많은 일을 경험했고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중요한 건 아무리 생각하고 또 걱정해도 나중을 살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내일 일을 내일 염려하라는 말을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결국 '지금'을 어떻게 느끼고 경험하며 사느냐가 참말로 중요함을 깨닫는다. 바로 현재의, 지금의 나. 어떤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힌 나. 다가오지 않은 일은 그때에 가서 마.. 2016. 7. 10. [여행] 홀로 떠난 제주기행 _ 3 둘째 날 묵었던 이다. 천원의 조식을 먹으러 일찍 일어났다. 위의 요놈이다! 난 이 숙소 2층 6인실을 사용했다. 각 침대마다 커튼이 있고, 콘센트가 있는 아주 훌륭한 룸이었다. 나의 올레 6코스의 역코스 시작은 이다. 처음 맞이한 장소는 이중섭 미술관을 가는 길이다. 이중섭의 대표적인 작품인 '소'를 상징하는 상징물들이 곳곳에 있다. 올레 6코스는 이중섭 미술관을 관통한다. 얼마가지 않아 바로 숲으로 들어간다. 질퍽질퍽! 얼마 가지 않아 멋진 바닷가가 똭! 제주의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는 바닷가 해변과 연결된 산에는 커다란 바닷게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시력이 별로 좋지 않은 나는 어두 컴컴한 산에서 갑자기 움직이는 저녀석들을 볼 때, 얼마나 놀라는지 모른다. 거짓말 1도 안 보태고 어른 손바닥 반만한.. 2016. 7. 4. 홀로 떠난 제주기행 _ 2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가는 중이다. 산간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바로 여기를 걷기 위해서다. 올레 7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을 예정이다. 월평마을에서 외돌개까지! 아, 이건 첫날 게스트 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난 참 멋진 형님이 만들어주신 조식이다. 효리누님과 친한 멋진 사진작가님 :) 송이슈퍼는 유명하다. 7코스의 종점이나 난 여기가 시작점이었다. 자아, 처음이라 떨리지만 가보세. 처음부터 숲...............같은 곳이 똭! 이제 시작이라 사진을 마구 찍었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ㅋㅋㅋㅋ 올레길은 산과 바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천이 만나는 곳을 두루 지난다. 조타. 이 친구들이 진짜 엄청난 길잡이가 되어 준다. 가끔은 페인팅으로! 일본에서 본 이래로, 우리나라 하수구(맞나?) 뚜껑이 이리 귀여울 수.. 2016. 7. 4. 홀로 떠난 제주기행 _ 1 처음 떠나는 혼자 여행이다. 여행은 홀로 떠나야만 한다던데,이제야, 이제서야 고독하고, 외롭겠지만 그래도 시작만큼은 산뜻하게 가보세.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 사진 따윈 찍을 틈이 없었다. 사실 찍고 싶었지만 몬 찍었다. 여긴 첫날 제주시에 묵었던 다. 하루 묵었던 6인실이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몹시 배가 고팠다. 제주하면 역시 고기국수를 먹어 줘야징!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추천으로 에 가서 호로록! 예소담 벽면에 붙어 있는 글귀가 참 GooooooD 올레를 상징하는 두 가지의 색이. 여긴 제주시에 나름(?) 유명한 독립책방 이다. 여긴 제주시에서 나름 유명한(?) 소품샵 다.두 가게는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첫날 오후 늦게 움직였는데, 아쉬워서 걷고 또 걸어 까지 다녀왔다. 힘들었다. 무지 무지. 역시.. 2016. 7. 4. [에세이] 기억의 온도 뜨거운 지면의 온도와 텁텁한 바람의 짙음이 스며들지 못하는 가슴 시린 기억들이 있다. 문득, 그 기억을 살다보면 이땅의 계절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 과연 우리는 이땅의 계절들을 사는 것일까, 아님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가슴의 기억들을 사는 것일까.*instagram: http://www.instagram.com/ss_im_hoon 2016. 5. 29. [책] 고독을 친구 삼아 릴케의 책 중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였다. 넛지살롱 책모임을 통해 알게 되고,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이 작고 얇은 책 안에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귀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몇 가지의 문장들을 남겨볼까 한다. 예술작품이란 한없이 고독한 존재이며, 비평만큼 예술작품에 다가갈 수 없는 것도 없습니다. 사랑만이 예술작품을 포착할 수 있으며 올바르게 대할 수 있습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p30 예술가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존재입니다. 수액을 재촉하지 않고 봄 폭풍의 한 가운데에 의연하게 서서 혹시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여름은 오니까요. 그러나 여름은 마치 자신들 앞에 영원의 시간이 놓여 있는 듯 아무 걱정도 없이 조용히 그리고 .. 2016. 5. 28. [에세이] 인생이 담긴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아는 단어라고는 '피아니스트'와 '뉴욕' 밖에 없던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겼다. 피곤함 땜시 초반에 좀 졸긴 했지만, 정신이 돌아온 후론 영화에 푹 빠져들었다. 지금도 살아 있다는 주인공 세이모어(Seymour) 번스타인. 그는 피아니스트로 음악계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돌연 무대를 떠나 뉴욕의 작은 스튜디오의 피아노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배우인 에단 호크(Ethan Green Hawke)는 우연히 세이모어를 만났고 그와 소울 메이트가 된다. 이 영화에는 인생 철학이라고 할만한 주옥같은 대사와 이야기들이 순간마다 흘러나온다. 기억할 겸 극 중 몇 가지의 이야기들을 끄적거려볼까 한다. 세이모어: "삶은 갈등과 즐거움, 조화와 부조.. 2016. 5. 21. [에세이]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영화 에서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게 행복이었다는 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밤삼킨별 김효정씨는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을 일러 '슬픈 능력자들'이라 했다. 다음은 그녀가 했던 이야기들이다. 우리의 불행했던 기억은 겨우 찾아온 행복을 의심하게 한다. 이별을 통보받던 그날의 경험은 사랑을 고백받는 이 순간을 온전히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사랑은, 이별의 가능성 없이는 완전하지 않다는 것 또한 받아들여야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는 변함없는 진실을 받아들이며, 있었던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전제가 된다. 이 능력자들은 아는 게 병이라 모르는 게 약이라 한다. 과거의 어떠한 경험들로 미래의 본질을 믿을 수 없다 하여 현재의 아름다움을 외면할 필요, 그 무엇이겠.. 2016. 5. 12.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