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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극도로 천천히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잘못을 수정할 수 있으며 오해를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글쓴이는 이 이야기 끝에 요즘 많은 사람은 점점 '빠르게 말하는 글'을 쏟아낸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동의한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점점 공글리지 못한 글들을 쏟아낸다. 지면이 마치 감정받이가 되는 양 말이다(물론 지면은 활용하기 나름이나 쉽게 휘두른 펜에 맞은 상처 또한 타격감이 크다). 좋은 글은 수련행위와 같다. 잘 쓴 글은 충분히 시간이 할애 됐거나 충분한 고민이 녹아든 글이다. 글을 쓰는 행운을 누린다. 스스로에 대한 한계와 고통을 껴안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 2024. 9. 12.
안개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그러나 안개 속에서만 보이는 이것이 우리의 진실이라면? 진실이란 본래 그렇게 우울하고 애매한 것이라면? 빨려들듯 찾아갔다 도망치듯 떠나오는, 진실의 공간, 무진(지명)은 우리에게 왜 문학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기 위해 거기 있다." 무진은 안개로 유명한 곳인가 보다. 작가는 무진을 찾아갔다가 안개 덕에 삶의 진실을 맛보았나 보다. 문학은 확실하고 명료한 것들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분야다. 그래서 문학이 안개와 닮았나 보다. 안개는 불확실한 대기니까. 삶에 확실한 것이 있을까. 삶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 사실만이 확실한 사실이 아닐까. 이것이 내가 문학을 좋아하고 또 문학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 2024. 9. 11.
능력의 차이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차이가 100배에 이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두식 교수)  임금에 관한 얘기다. 월급 말이다. 사람의 능력은 차이가 있다. 나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 간에 능력의 차이가 월급의 차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이것이 늘 문제다. 이것이 늘 불공평의 뿌리다. 나도 비슷한 능력을 갖춘 다른 누군가보다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100배(예)가 되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기준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늘에 있다고 말하지 말라. 특정한 일을 더 낫게 여기는 욕망에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 2024. 9. 10.
예술 2024년 9월 9일 월요일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글과 그림이나 조각에 생명이 있다는 말은 그것이 나를 멈춰 서게 만들어서 어딘가로 데려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데려감은 강제적이지 않고 느리고 천천히 데려가는 데려감이다. 나는 예술을 잘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알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알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예술에는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와 내밀함, 욕망이 모두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이 정말 이러하다면 어찌 한두 마디의 말로 예술이 전하는 메시지를 요약할 수 있겠는가.   이작.. 2024. 9. 10.
배움 2024년 9월 8일 일요일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상급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다음이며, 곤란을 겪고 나서야 배우는 사람이 또 그다음이다. 곤란을 겪고 나서도 배우지 않는 것은, 백성들이 바로 그러한데, 이는 하급이다." 배움에 정도(正道)는 없다. 하지만 정도(程度)의 차이는 있다. 누군가는 배움에 능해서 지름길로 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한 길로 간다. 그런데 잘 배우면 무엇에 좋다는 말인가. 단순히 실수를 덜 하기 위함인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덜 끼치고 즐겁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 나는 2번이 되고 싶으나 3번 유형의 사람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결국 4번이라는 뜻이 아닌가.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 2024. 9. 10.
[청파 Note / 이사야서 (11)] 내가 곧 새 일을 행하겠다 20240912 청파교회 새벽설교 내가 곧 새 일을 행하겠다    6. 네가 이미 들었으니, 이 모든 것을 똑똑히 보아라. 네가 인정하지 않겠느냐? 이제 내가 곧 일어날 새 일을 네게 알려 줄 터이니, 이것은 내가 네게 알려 주지 않은 은밀한 일이다. 7. 이것은 이제 내가 창조한 일이다. 옛적에 일어난 것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네가 들어 본 일이 없는 일이다. 네가 전에 이것을 들었더라면 '아, 바로 그 일, 내가 이미 알고 있었다!' 하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번 일만은 그렇지 않다.  이스라엘의 죄악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이사야서 48장입니다. 이사야서 48장에는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온 남왕국 유다 백성들을 향한 위로의 말씀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은 오늘 본문에서 먼저 한 집단을 호명합니다... 2024. 9. 10.
신뢰 2024년 9월 7일 토요일  "이를테면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멘토르'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혜와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 나를 잘 아는, 내 편인, 그런 사람만이 나를 진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멘토라는 말의 출처는 다. 트로이 전쟁 길에 오른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오랜 친구 멘토르에게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의 장래를 맡긴다. 그리고 20년 만에 귀향한 오디세우스는 의젓하게 성장한 그의 아들과 마주한다. 현재 멘토르는 고유명사가 되어 주로 '아버지 같은 스승'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영어권에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을 멘토, 도움을 받는 사람을 멘티라고 칭한다.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은 결정적인 순간에 이 멘토르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버지 .. 2024. 9. 7.
감정 2024년 9월 6일 금요일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하지만 누군가는 표현해-내기도 하는 것. 하지만 표현에 성공한 이의 표현은 에둘러 표현했기에 성공했던 것. 감정은 그러한 것. 붙잡을 수 없어 우회하며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는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말할까. 어떤 대상을 보고 내 안에 새 한 마리가 퍼덕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는 증거이리라.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2024. 9. 6.
상투어 2024년 9월 5일 목요일 "상대방이 자신에게 클리셰(상투어)를 남발한다는 것은 그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움찔했다. 허에 찔린 듯 시큼했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날인가. 분명히 다른 날이다. 그대는 어제 내가 만난 그 사람이 맞는가. 분명 다른 당신이다. 탓할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없는 자신을 탓해야 한다. 새로움을 보아낼 줄 모르는 자신을 탓함이 마땅하다. 릴케는 이런 함정에 빠진 이들을 보며 자신을 탓하라고 말한다. 일상의 풍요로움을 불러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히 시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직업으로서의 시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감각을 가진 누구나 시인이다. 당신은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지내는가.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 2024.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