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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변방(邊方)을 찾아서

평상시 주일과는 다르게 청년들이 이른 저녁 집으로 향한다. 나 또한 익숙치 않은 밝음에 등떠밀려 집으로 향하려 한다. 지하철 역을 내려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가방 속에 고이 넣어둔 책이 생각나 잠시 발끝을 돌려 커피숍으로 향한다. 조금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주변 사람들의 미미한 소음을 끌어안고 책을 펼친다. 글이 이렇게 위로가 되고 따스할 수 있을까. 오래전 사뒀지만 읽지 못했던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찬찬히 읽어본다. 

 

그러다 마주친 '변방(邊方)을 찾아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다. 

 

"중요한 것은 변방이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변방성, 변방 의식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비록 어떤 장세(場勢)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모름지기 변방 의식을 내면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영복, <변방을 찾아서>, 돌베개, p.26

 

'변방(邊方)'의 한자어를 정확히 알고자 찾아보니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 땅'이라 한다. 다시 말해,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주변부, 낙후된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p.39). 하지만 저자는 변방(邊方)의 개념을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변방성, 변방 의식'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역사의 변혁은 주로 변방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변혁의 주체가 된 이들을 감히 '주변부, 낙후된 이들'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변방성, 변방 의식'을 자신의 내면에 담을 필요가 있다. 인간의 위상 자체가 이 광활한 우주 안에서 변방(邊方)의 작은 존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p.27). 이것은 인간 개개인도 그러해야 하거니와 집단이든 지역이든 국가나 문명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p.27). 단,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중심부에 대한 컴플렉스를 지닌 변방성은 더욱 완고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변방(邊方)이란, 주변부로 밀려난 그 어떠한 것(들)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 창조, 생명의 가능성을 지닌 무한한 공간인 것이다. 우리는 삶에 있어 나그네와 같이 변방(邊方)의 시선을 가져야함이 마땅하겠다. 

 

그러한 의미로 지금 함께 하는 이들이 참, 고맙다.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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