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4. 6. 1. 00:54Salon

 

2024.05.31. 

 

내가 나를 찍은 사진과 남이 나를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내가 나를 찍은 사진은 사실에 가깝지만, 진실을 드러내진 못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찍은 사진은 사실과 진실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특히 의식하지 못한 채 찍힌 사진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연히 찍힌 사진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렌즈로 삼곤 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시선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말합니다. 어정쩡한 자세, 구부정한 몸, 무심한 표정, 흐트러진 머리. 스스로에게 낯선 이 모습은 늘 누군가 바라보던 나의 모습입니다. 

 

사진은 진실을 드러냅니다. 포르투갈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는 사진에 찍힌 자기 모습을 대면하는 것을 무척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는 자기의 책 <불안의 책>에서 카메라가 냉정한 시선으로 담은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여위고 무표정한 얼굴에는 지성도 열정도 없고, 생기 없는 파도 같은 얼굴들 사이에서 눈에 띌 만한 특징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입니다. 사진은 사라져 버리는 순간에 현실감을 부여합니다. 참된 현실을 마주 하기 위해서는 무심코 찍힌 도촬적인 사진을 잘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

www.youtube.com

 

728x90

'Sal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024.06.03
커피  (0) 2024.06.02
카뮈  (1) 2024.05.31
날씨  (0) 2024.05.30
환경  (0) 202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