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2024. 6. 28. 10:43Salon

 

2024.6.27. 

 

글을 쓰는 것은 노동입니다. 물론 노동이 아닌 글도 있습니다. 그런 글을 설사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한참 인문학 공부를 할 때, 뼛속 깊이까지 내려가서 쓴 글을 (거칠게 표현하여) 된똥에 비유했고, 고민 없이 그제 발설하기 위한 목적의 글을 설사에 비유했습니다. 제대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힘겨운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수고를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두렵고 막막한 순간은 백지를 마주한 순간입니다. 맑디맑은 하얀 화면을 응시하는 것은 설렘보다는 막막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내 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말을 붙잡아 글을 쓰는 것은 매우 복 받은 순간입니다. 그러한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꾸준히 글을 써야 하고 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늘 이러한 순간과 마주합니다. 어떤 작가들은 '영감'이 스스로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역할은 다가온 영감을 그저 옮기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자들의 글은 위대한 호칭을 얻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쓰기는 낚시와 같습니다. 그래서 움베르토 에코는 "영감이란 약삭빠른 작가들이 예술적으로 추앙받기 위해 하는 나쁜 말"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보통의 글쓰기는 하늘의 영감을 받아 그저 옮기는 방식으로만 진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뮤즈를 기다립니다. 뮤즈는 그리스 &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학문과 예술의 여신을 말합니다. 영감을 추구하지 않는 작가들도 그녀가 찾아오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뮤즈가 찾아오기 위해서는 허비의 시간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글을 쓰기 위한 예열 작업이 필요합니다. 언제 물고기가 낚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작가를 곁에서 지켜보는 자들은 예열의 시간을 의미 없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글쓰기는 강도 높은 노동에 가깝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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