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2024. 6. 26. 00:00Salon

 

2024.6.25. 

 

지방 출신이 서울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고향 사람을 만나는 건 가능한 일일까요?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몇 해 전, 20년 만에 우연히 사당역에서 고향 동창을 만났고, 아주 잠시 들른 고향의 어느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동창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에 손 볼 곳이 있어서 외부 업체 사람들이 왔었고 사무실 곳곳을 살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직원 중의 한 명이 제가 있는 사무실로 왔고 저는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겠거니 하며 편히 일을 보시라고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분께서 "00 형 아니세요?"라고 하시길래 화들짝 놀라서 그 직원분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폈습니다. 거의 20년 만에 만난 고향 동생이었습니다. (20년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얼굴이 많이 변해서 한 번에 알아보진 못했으나 동생은 저를 기억해서 먼저 알아봐 주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고향 동생과의 만남에 웃음이 나왔고, 너무 오랜만에 만난 터라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겪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연을 깊이 파고들면 과학으로 분석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살다 보면 우연이라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지난번에 '타이밍'이라는 글을 쓰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에게 '우연'과 같은 좋은 기회들이 온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이번 글에서 말하는 '우연'은 어떤 기회의 개념에 '우연'이라기보다는 '신비의 영역'에 가까운 개념을 말합니다. 삶에는 이성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주로 만남의 영역에서 그러합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누군가와는 깊이 또 오랜 만남을 갖고 또 다른 누군가와는 아주 잠시 스치듯 만났다가 헤어지곤 합니다. 사람의 관계가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음을 경험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잘 넘나들며 살아갈 것입니다.  

 

만약 인생의 절반이 수고와 애씀의 영역이라면, 다른 절반은 신비와 우연의 영역일 것입니다. 한 발은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리더라도 다른 한 발은 땅의 인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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