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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317

[에세이] 나는 왜 신혼부부의 행복 속에서 고독을 느낀 건 나 뿐이었을까, 모르겠다. 어둠이 깊게 드리워진 밤, 책을 펼치다 솟구쳐 오르는 서러움과 고독 속에 나는 혼자 있었다. 책 속의 글씨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세상에 나 홀로 있었다. 서른의 시작 점에, 다들 자신의 꿈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달려 나갈 때, 나는 그들을 조롱하듯 돌아서서 뒤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간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고 어째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하늘이 행복하라고 보낸 이 땅에서 나는 불행을 자초하며 사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이 마음, 하늘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당신을 신뢰하기 어렵고 좋은 것을 주실 거라 믿어지지 않는다. 불경해 보여도 어쩔 수 없음을. 한 시인은 그랬다지. '사람도 바쁜 마음을 멈추고 .. 2015. 10. 30.
[에세이] 때가 묻은 책 알라딘에서 중고서적을 샀다. 전에는 없던 습관인데, 그 친구덕에 생긴 습관이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 사러갔고, 몇 일전 재고를 검색했던 그 곳엔 단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책 상태를 보려고 몇 장을 펼쳐 봤는데, 곳곳에 오래된 꽃잎이 꽂혀 있었다. 새책만 구입하던 나에게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책은 늘 멀리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책은 사고 싶다. 나뭇잎을 책 사이에 넣어두던 그 친구가 생각나서 일까, 아니면 이 책을 내놓은 전혀 모르는 사람과 내 상황이 비슷해 보여서였을까. 잘 모르겠다. 그 책은 지금 내 손에 쥐어져있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Lee's DoubleLife) www.youtube.com 2015. 9. 23.
[에세이] 영성이란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성'이라는 게 특별한 것일까? 누군가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 가볍지 않은 무게를 느끼고, 우연히 마주친 이의 눈 안에 담긴 슬픔을 읽어 낼 줄 알고, 무심히 흘려내듯 던 진 그 한 마디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알겠으면, 그 사람이 영성의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도 좀 한다는 이들이 누군가의 마음 하나 읽을 줄 모르는구나. 사랑하는 데 말이 필요하면 벙어리는 어떻게 사랑할까? 아무래도 '영성'은 그 이름과 닮아 '여성'에게 더 심겨져 있는 듯 하다. *instagram: http://www.instagram.com/ss_im_hoon 2015. 9. 23.
[책] 도로시 데이 "고백"을 읽고 1 "전통은 시간을 통해서 연장된 민주주의다. 전통은 모든 계층 가운데서도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이들, 곧 우리 조상들에게 투표권을 준다는 뜻이다. 전통은 죽은 자들의 민주주의다. 전통은 살아서 걸어 다니는 자들의 편협하고 거만한 소수독재에 굴복하기를 거부한다." G.K.체스터턴Chesterton의 말이다. p32 그들은 믿었는가? 무엇을 믿었는가? 우리는 결코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행복한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겠는가? 전도자는 말했다. "이것 하나만은 깨달았다. 하나님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셨는데 사람들은 공연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p32 어찌되었건, 누구나 제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 나는 언제나 우리 인간의 그 근본적인 열망을 느꼈다. 그렇게 인간의 가슴에는 서로 교감하.. 2014. 3. 13.
[노래] 하나님 찬가 나는 승리 때문에 노래 부르지 않는다. 내게는 승리가 없으므로. 단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햇빛. 산들바람. 봄철의 온화함만 있으므로. 나는 승리를 위해서 노래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능력만큼 열심히 일해서 끝낸 오늘 하루의 일을 위해. 높은 곳의 권좌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식탁의 자리를 위해서. 찰스 레즈니코프,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www.youtube.com 2014. 1. 4.
[에세이] 무한으로서의 타자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사랑에 빠진 우리는 기묘한 비대칭 상태에 자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자각합니다. 여기서 비대칭은 자신의 욕망과 느낌은 나름대로 알고 있지만, 반면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과 감정 상태는 거의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은 항상 사랑하는 사람을 무한정 기다린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알려면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p.143) 기다림이 길이질수록 자신은 점점 더 작아지고, 그 반대로 사랑하는 그대는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p.144) 레비나스는 타자와의 마주침만이 기억과 기대에 물들어 있는 현재가 아닌, 새로운 현재를 가능하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첫눈에 반한 이성을 만난 적이 있나요? 그.. 2013. 11. 19.
[책] 네그리와 박노해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네그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주권을 파괴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주권이란 글자 그대로 주인의 권리라는 의미입니다. 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하나 혹은 다수의 대표자들에게 양도합니다. 너무나 잘 길들여져서 그런지 우리는 자신의 정치권력을 남에게 양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만약 정치적 권력을 양도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엄격히 말하면 우리는 대표자의 임기 동안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해서는 안됩니다. 주어진 기간 동안 우리는 그 대표자를 주인으로 받아들여야만 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기존의 정치권력은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도 되는 듯이 우리 내면에 각인시켜 왔던 셈입니다. 강신주, , 동녘, p.38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 2013. 11. 19.
칼릴 지브란 <예언자> "만일 그대들이 일할 때에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면 일 하는 것을 그만두고 예배당 입구에 서서 기쁨으로 일 하는 사람들에게 구걸이나 하는 게 차라리 나으리라. 만일 기계가 판을 찍어내듯이 아무런 애정도 없이 빵을 굽는다면 그 빵은 배고픔을 채워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지는 못하리라. 만일 원한으로 가득찬 마음에서 포도주를 담근다면 그 포도주는 독을 뿜어내게 되리라" (칼릴 지브란 )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2013. 11. 13.
[플래툰 쿤스트할레] 슬라보예 지젝을 만나고 2013년 9월 25일(수) 플래툰 쿤스트할레 _ the zizek / badiou event of philosophy 슬라보예 지젝을 만나다 "멈춰라 생각하라" 그동안 인문학 모임을 통해 책으로만 만나왔던 이를 드디어 청담동에서 만났다. 외국인을 포함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강연장은 만원이었다. 이쪽 저쪽 다양한 분야를 찔러가며 어렵게 어렵게 글을 써나가던 이의 말솜씨는 어떠할지 몹시 궁금했다. 그는 타고난 글꾼이며 또한 말꾼일지 기대가 됐다. 인문학의 오랜 벗, 성공회 신학과 출신의 광민과 감신 후배 연진이와 그곳을 방문했다. 옛부터 교회에서 은혜 받는 자리는 앞자리라고 했던가! 우리 셋은 지젝 선생 앞과 옆에 자리잡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과 같이 빨간 냄새 풍기는 사람이 .. 2013.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