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317 [에세이] 일상 #. 삶은 일상의 점철이다. 작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루를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다. 오늘을 살고 내일은 살지 못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늘과 조금 더 나아간 며칠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그것이 신에 대한 응답인지 신과의 대화인지 잘은 모르겠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믿음일터. #. 교회 문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심코 그 앞을 지나간다. 난 큰 돈을 들여 일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저 소심한 몇 가지의 시도들만 이루어질 뿐. 늦여름까지 교회 문을 열어두고 지냈는데, 가을이 오고 겨울이 다가올수록 찬 공기가 마구마구 올라오는 바람에 교회에 있는 날엔 문을 닫아 놓고 지낸다. 그럼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2015. 11. 22. 요즘 요즘 잠에서 깨면 마음에 구멍이 난 듯 허전함을 느낀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런지 잘 모르겠다 떠오르는 생각들은 있지만 정말 그것들 때문인지 모르겠다 지금 나는 잘 걷고 있는 건지, 걷기는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어떤 분과 이야기하며 요즘 눈을 뜨면 자주 혼자인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혼자라고 느끼는 것, 신을 믿는 사람이면 그런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되는 걸까 기도의 의지조차 생기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하나 요즘 내 일상이 그렇다 무엇을 해야할 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게 명확하진 않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봐야겠다 요즘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들이 있다 2015. 11. 22. [에세이] 커피 커피는 나에게 신의 선물이었고 신의 아픔이었다 "커피는 이미 식었고 향기는 모두 날아갔다 사는 일이 다 식은 커피 같을 때가 있다 함께 사는 일은 어렵다 헤어져 사는 일은 더 어렵다 그러니 함께 사는 것이다." 윤용선, , 달, p.165 - 당신과 나를 이어주던 커피는 이미, 식었지만 향기는 아직, 그대로다 그 향기가 좋아 그 향기에 취해 호흡한다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배우고 커피에 깃든 나의 조물주는 일상이 되었고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작가야의 문학생활 이작가야의 문학생활 (Lee's LiteratureLife) www.youtube.com 2015. 11. 18. [에세이] 본다는 것은 '만남'입니다 곡속장에 '이양역지'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동물) 양과 소를 바꾼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맹자가 인자하기로 소문난 제나라 선왕을 찾아가 자기가 들은 소문을 확인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느 날, 선왕이 길을 걷다 제물로 끌려가는 소가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린 것을 보고 신하에게 그 소를 놓아주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소를 제물로 드리는 '흔종'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신하가 이를 폐지하냐고 묻자 선왕은 제물을 소대신 양으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지시한 게 맞는지 맹자는 선왕을 찾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선왕에게 이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고, 왜 그랬냐고 묻자 선왕은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소가 불쌍해서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양은 불쌍하지 않은 것일까요? 맹자는.. 2015. 11. 17. 알스트로메리아(Alstroemeria) 11월의 아침이라 하기에 날씨가 너무 따스하다. 이렇게 따뜻해도 되는 걸까. 교회로 향하며 SNS에 올라온 어제의 소식들을 본다. 하루 전, 광화문과 서울 광장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나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또 파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는 무엇이라. 몇 마디의 말보다 몇 가지의 감정만 떠오른다. 사람이 사람을 항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일까. 이 먹먹한 마음, 친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올린 한 장의 꽃사진으로 달래고자 한다. '알스트로메리아(Alstroemeria)'라는 꽃의 의미처럼 살아가면 좋으련만. 2015. 11. 15. [에세이] 빈자리 또 사랑 얘기인가? 그 사랑 얘기가 맞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 노래를 듣고 사랑이 담긴 시와 사랑에 대한 글을 읽는 건, 그 안에서 사랑하는 혹 사랑했던 '나'와 마주치기 때문이다. 난 적어도 수많은 설교가들보다 수많은 작사가와 시인을 더 존경한다. 그들은 짧은 문장과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제목으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들의 가슴과 언어를 배우고 싶다. 엊그제 어머니께 전화를 받았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신다. 결혼식 다녀오던 길. 식당에서 내려오시다 빗길에 넘어지셨는데 짚던 손목이 부러지셨다고 하셨다. 가슴이 덜컹했지만 놀란 티를 감췄다. 나보다 더 놀라셨을 어머니 때문에. 수술하는 시간에 맞춰 올 수 없어서 다음 날 이른 시간 차표를 끊어 동해로 향했다. 아버지도 일을 하셔야 했기 때.. 2015. 11. 13. [추억] 한국커피협회 바리스타 2급 필기시험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자문했고 시도해봤다 그것이 두서없이 시작했던 카페 일의 결과물을 만들어보자, 였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알바를 하게 됐고 그것을 시작으로 직원에 매니저까지 하게 됐었다 좋아하는 선생님 한 분과 사랑했던 그 친구가 이왕 하는 거 자격증이라도 따 놓으라고 했었는데 카페 일을 그만 둔지 반년이 지나 그 일을 시도했다 최근 3-4년동안 본 시험이라고는 교계 내에서 진급을 위해 본 시험이 전부다 그 어떤 영어시험도, 국가시험도 본 적이 없는 나다 물론 사설업체의 시험이긴 했지만 바리스타 업계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곳의 자격증을 따보고 싶었다 (주)한국커피협회가 그것이라고 하더라 1급은 아무래도 나에게 무리인 거 같아 적절한 타협선에서 2급 필기시험부터 도전해 봤다 최.. 2015. 11. 9. [에세이] 가을 교회 앞에도 가을이 왔다엇그제부터 내리던 비 때문인지 노란 낙엽이 인도를 가득 덮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처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정신을 가지면 좋으련만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주중엔 카페 일을 했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아이들과 만났다그리고 매주 하루이상 사랑하는 이와 만났다 맡은 일이 여러 가지였기에 돈이 유입되는 경로도 다양했다일주일은 꽉 찬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카페 일도 그만두고 사람이 가득하던 교회도 나왔다그리고 사랑하던 이도 내 옆에 없다단독을 나오고 나니 돈이 유입되는 경로도 끊겼다일주일에 빈공간이 가득하다 누군가 지금의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텅빈 교회의 공간을 고독과 가을냄새로 채우는 중이라고 하면 답이 되.. 2015. 11. 8. [에세이] 이런 목사도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야 하는 것일까, 일상의 언어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난 목사다.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목사는 아니다. 의심 많고 불안해하며 가끔 교계 밖을 기웃거리며 살기도 한다. 그래서 자유로운가,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또 그렇다고 말하지도 못한다. 나는 그런 목사다. 난 교회 안에만 머무는 용어에 실증이 났다. 긴긴 교회의 역사 안에서 발생된 용어들에 엄청난 거부감을 갖는다. 그 거북한 말들이 나를 더 이상 구원으로 이끌지 못한다. 하지만 주류 기독교인들에게는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는, 성전을 유지하는 용어일테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내가 변방으로 밀려나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밀려 났다기 보다는 선택이었고 어쩌면 내가 가야 할 길이 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많.. 2015. 10. 30.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