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4일 월요일
"모든 새로운 이야기는 이미 있는 이야기에 대한 이의 제기이다. 이야기는 부모 없이 태어나지 않는다. 부모가 너무 많을지는 몰라도 아예 없지는 않다. 이미 있던 이야기의 속편이나 덧붙임, 혹은 변주 아닌 이야기가 없다. (...) 그렇지만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이 고유한 것처럼, 앞 이야기에서 나온 뒤 이야기 또한 고유하다. 고유한 자기 삶을 산다. '해 아래 새것이 없'고, 새것 아닌 것이 없다." (이승우, <고요한 읽기>)
모든 이야기에는 부모가 있다는 말이 흥미롭다. 요즘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실감한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이미 있던 것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겸손하게 된다. 고귀한 인생 지혜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렇지만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이 고유한 것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어받아서 하는 이야기 또한 고유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면 어떤 한 글도 쓸 수 없고 어떠한 말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누군가 한 이야기의 속편이나 덧붙임은 저자의 고유한 생각이 들어가기에 헌것일 수 없다.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미 있던 것의 반복처럼 보이나 이것은 또한 새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계속 말하고 계속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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