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 Note] 그 한 사람이 되었는가?

2016. 3. 28. 23:08Note

20160327 쓰임교회 속회 및 주일설교

 

그 한 사람이 되었는가? 

 

<고린도전서 15장 19-26절>

 

19.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이 세상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20.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잠든 사람들의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

21.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죽음이 들어왔으니, 또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죽은 사람의 부활도 옵니다.

22.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23. 그러나 각각 제 차례대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첫째는 첫 열매이신 그리스도요, 그 다음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에,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들입니다.

24. 그 때가 마지막입니다. 그 때에 그리스도께서 모든 통치와 모든 권위와 모든 권력을 폐하시고, 그 나라를 하나님 아버지께 넘겨드리실 것입니다.

25. 하나님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 아래에 두실 때까지,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셔야 합니다.

26. 맨 마지막으로 멸망 받을 원수는 죽음입니다.

 

[Lumix gx9 / 14mm]

내 안의 어둠을 발견하는 사순절

 

빛으로 오신 주님의 사랑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지난 2월 가버나움 속회가 개학을 했었지요. 세 달 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금세 지나간 거 같았다고 제가 지난 번 모임 때 말씀 드리긴 했습니다만, 이번에 두 주 정도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그랬는지 몰라도 3월의 만남은 뭔가 더 앞당겨진 기분이 듭니다.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뭐냐면, ‘빨리 다시 만나서 참 좋다.’입니다. 다들 잘 지내셨는지요? 

 

지금 모든 교회는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쓰임교회 오고 나서 처음 맞는 사순절이라 그런지, 아니면 두 주간의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그런지 몰라도 여느 때와는 다르게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느 사순절보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풍성히 느끼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지난 속회 때 말씀 드렸듯이, 아마 내 안의 어둠을 깊이 응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번 사순절은 기쁨이 넘쳤다기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지켜보는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소아시아의 성지순례

 

성지순례 이야기를 잠시 드리자면, 제가 속한 일행은 사도 바울의 선교여행지인 소아시아를 중심으로 사도 요한의 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 등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여정이 성서 상의 ‘갑바도기아’인 ‘카이세리’를 거쳐, 성서 상 ‘이고니온’인 ‘콘야’로 갔습니다. 다음은 성서 상의 ‘에베소’인 ‘셀축’으로 갔었고, 그리스로 넘어가 ‘아테네’를 시작으로 ‘고린도’를 경유해 ‘데살로니카’, ‘빌립보’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아주 긴 여정이었지만, 함께 간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순례를 마치고 왔습니다. 

 

순례를 다니며 느낀 것이지만, 성서에 나온 모든 교회와 지역은 역사의 찬란함을 뒤로 하고 그 흔적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찬란했던 기독교 문화와 옛 영광을 보며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순례에 대한 이야기는 이따가 더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고린도 지명과 고린도교회의 상황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고린도전서입니다. 고린도는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계시듯이, 무역과 상업의 중심도시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코린트(Corinth)’, 즉 ‘고린도’를 직접 가보니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약 8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그리스의 커다란 두 대륙 덩어리를 이어주는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여러분께서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보셨던, ‘고린도 운하(corinth canal)’라는 거대한 뱃길도 그곳에 있습니다. 

 

아무튼 고린도전서의 편지가 향했던 ‘고린도’라는 지명은 상업적으로 매우 발달한 도시였습니다.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한 도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고린도라는 도시가 그러했듯이, 교회도 그러했습니다. 고린도교회에는 몇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습니다. 소송문제, 독신과 결혼에 대한 문제, 우상의 제물을 먹는 문제, 성도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시대의 흐름을 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 바울은 자신이 사랑하는 고린도교회의 문제에 대해 방관할 수 없었기에 그 해결을 위한 답변서를 내놓았습니다. 

 

예수의 부활, ‘우리는 그에게 속한 사람인가?’

 

이러한 ‘고린도전서’의 배경 가운데, 오늘 본문인 고린도전서 15장 19-26절은 ‘성도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부분입니다. 세부적으로는 ‘부활’에 집중된 부분입니다. 절기상으로 ‘부활절’은 이번 주 주일이기에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오늘 속회예배를 통해 조금 앞선 ‘부활’의 의미에 대해 나눠보고자 합니다. 

 

바울은 오늘 본문의 첫머리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이 세상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합니다(19). 이 부분은 하늘에 속한 우리의 소속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다음 20절에 나오는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죽음을 넘어선 그리스도의 존재에 대한 증거로 보는 것이 옳아 보입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는 죽음을 넘어선 존재로 고백되어 집니다. 

 

이어 21절은 아담과 예수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한 사람’에 대해 강조를 하고 있는데요, 아담이라는 ‘한 사람’이 선악과를 먹은 일로 우리에게 죽음이 다가왔고, 예수라는 ‘한 사람’이 부활함으로 생명이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말합니다. 아담과 예수를 대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아담의 죄에 대한 강조라기보다는, 예수의 부활에 관한 강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바울 사도는 ‘다시 살아나는 것’도 차례가 있음을 이야기 합니다. 그는 고린도교회 성도들이 예수의 권위를 잊어 버리지 않게 예수의 권위를 강조합니다. 가장 처음 살아나는 사람은 ‘그리스도’이고, 그 다음은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건 그 다음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맨 마지막을 굳이 거론하자면, 하나님의 모든 원수들(25)이고, 마지막인 그들에게 남은 것은 죽음(26)뿐이라 이야기 합니다. 여러분과 저는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입니까? 한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나는 생명을 주는 한 사람인가?

 

여러분, 저는 이번 부활절의 의미를 ‘한 사람’에 둬봤습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바울은 예수라는 ‘한 사람’으로 인해 우리에게 ‘생명’이 주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대조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아담이라는 ‘한 사람’을 통해서는 ‘죽음’이 주어졌습니다. 저와 여러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에서 그리스도를 닮아 ‘생명을 주는 한 사람’으로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아담의 아픔을 닮아 ‘어둠을 주는 한 사람’으로 살고 계십니까? 

 

하지만 혹시 나 자신이 ‘어둠을 주는 한 사람’이라고 여겨져도 너무 가슴 아파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사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이유가 ‘중력’에 지배받지 않고 ‘은총’을 누리기 위함이 아닙니까. 우리는 어느 정도 개인의 노력과 성찰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하나님의 뜻에 가까이 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달리다가도 멈춰 ‘기도’하는 것이지요. 

 

‘생명’을 나누는 그 한 사람이 되었는가?

 

‘시’ 하나를 읽어드릴까 합니다.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라는 시입니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복입니다. 하지만 이번 부활절을 생각하다가, 우리가 혹은 내가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누군가 인생의 먼 여행을 떠나며 나에게 가족을 맡기면서도 든든함을 느끼고, 외로울 때 내 마음을 보고 위로를 받고, 위험 속에서도 의지가 되며, 세상을 떠날 때도 나 때문에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한 사람’이 되어보지 않겠습니까? 

 

예수를 길잡이로 삼고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의 삶을 본받아야 합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줬던 한 사람인 ‘예수’를 우리가 가졌다면, 이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생명’을 전해줄 ‘한 사람’이 되어야합니다. 오늘은 여전히 고난주간이기도 합니다만, 부활절을 이틀 앞둔 오늘, 여러분이 받은 ‘하늘의 빛, 생명’을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과 나누시길 바랍니다. 혹시 지금 상황이 어두워 앞이 캄캄한 분들이 계시다면, 있는 그대로를 품으시는 하나님 앞에 머물러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보폭에 맞게 주님께서 이끌어 가실 것입니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빛으로 오신 주님, 지금 모든 교회들은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받으셨던 고난을 기억하며 우리도 그 여정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관성의 삶을 멈추고 불편함을 감내하며 지내기도 하고, 또 우리 마음속의 어둠을 응시하며 지내기도 합니다. 주님, 우리가 당신의 고난을 기억하며 삶에 감춰져 있어 잊고 지낸 소중한 삶의 새로운 결들을 발견하게 하옵소서. 

 

그리고 우리가 주님의 부활의 생명을 받았으니, 그 생명을 풍성히 누리게 하시고, 이제는 그 ‘살아있음의 기운’을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게 하옵소서. 우리가 ‘생명’을 나누는, 누군가에서 참 소중한 ‘한 사람’이 되게 하여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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