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205

생사

"우리는 생에도 공을 들이고 사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생사를 초월한다는 것은 생사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이 들면 의사의 지시를 따라 정성스럽게 수술을 받고 약을 먹는 것이 죽음에 공을 들이는 일이며 만나는 모든 사람을 친구로 여기고 잘되라고 빌어주는 것이 삶에 공을 들이는 일이다." (김인환, , 난다, 2020, p.62) 생사를 초월한다는 근사한 말이 있다. 이 말을 근사하게 여겼지만 사실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도 못한 채 그저 감동만 받아왔다. 오늘 그 의미를 발견했는데 아주 좋은 텍스트를 통해 발견했기에 운이 좋다고 말해야겠다. 생사를 초월한다는 말은 생과 사를 차별하여 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삶과 죽음을 모두 귀하게 여긴다는 뜻일 테다. 그런데 막상 말을 풀어놓긴 하였으나 풀어 놓은..

Salon 2025.02.05

많음

"간음할 음(淫)자는 원래 물 넘칠 음 자였다. 섹스를 지나치게 해서 건강을 상하게 하는 것도 음이고 여러 여자와 섹스를 하여 법망에 걸리는 것도 음이다. 공부를 과도하게 하는 것도 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를 잘못하면 책의 무게에 짓눌려서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김인환, , 난다, 2020, p.59)  한동안 나를 사로잡은 개념은 많이 해서 나쁠 게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많이 하면 못하기 어렵다는 말이 큰 자극이 됐다. 당시에 축구든 볼링이든 독서든 연애든 많이 해서 실력(?)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김인환 선생님은 이 '많음'에 대해 우려를 표하신다. '많음'도 분야를 가려가며 해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남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의 '많음'은 지양해야 한다. 상대를 해롭게 ..

Salon 2025.02.04

모순

2025년 2월 1일 토요일 / 넘버원 흉봐서 괜히 찔리는 기분 "음탕은 짐승처럼 살게 하고 착취는 귀신(아귀)처럼 살게 하고 폭력은 독재자(아수라)처럼 살게 한다. 제 안에 도사린 모순에 항복하여 존재의 근거를 상실하면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다." (김인환, , 난다, 2020, p.54)  고민 지점이다. 나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내 안에 짐승이 있고 내 안에 귀신이 있고 내 안에 독재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가장 문제이다. 이 세 가지를 계속 가두어두고 살아야 하는가. 억압은 반드시 저항하는 법. 그렇다면 모든 것을 분출하면 되나. 그럼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다. 억압도 아니고 해방도 아닌 그 중간지점이 어디인가가 늘 고민이다. 일단 아는 것이 중요..

Salon 2025.02.01

독서의 신비

2025년 1월 31일 금요일 / 긴 연휴 끝 뒤숭숭한 복귀 "현실은 현실에 대한 어떠한 표현보다도 더 크다. 그러나 경험이 독서보다 반드시 삶에 더 유효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데에 독서의 신비가 있다." (김인환, , 난다, 2020, p.20)  책보다 중요한 것은 삶이다. 독서를 위한 독서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현실'은 그 어떤 '현실에 대한 표현'보다 클 수밖에 없다. 표현은 실제를 다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개인이 경험한 삶의 경험은 한계가 있다는 데에 그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의 경험은 모든 경험을 아우를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경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곧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Salon 2025.01.31

균형

2025년 1월 25일 토요일 / 명절 전 뒤숭숭  "정직과 관대는 사람뿐만 아니라 책에 대해서도 통하는 덕목이다. 겸손하고 자신 있게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무례하고 자신 없게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올바른 독서는 책을 진리의 용기로 숭배하는 권위주의와 책을 정보의 창고로 이용하는 실용주의의 중간 어디쯤에서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인환, , 난다, 2020) 책이나 사람이나 대상을 대한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책에도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럼 책은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까. 이 두 요소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하나는 책이 짱이다, 라는 식의 권위주의다. 책에는 진리가 담겨 있을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책 읽고 잘 살아야지, 라는 식의 실용주의다. 책을..

Salon 2025.01.25

현재

2025년 1월 25일 금요일 내적 여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하여 공부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하여 공부하고, 결혼하기 위하여 일하고, 아들딸 키우기 위하여 일하고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모든 중요한 것은 미래에 있게 되고 현재는 다만 미래로 가는 다리거나 미래를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리고 만다. 미래의 끝은 죽음이므로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하다는 말은 결국 삶보다 죽음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되고 말 것이다." (김인환, , 난다, 2020)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읽으니 또 새롭게 다가온다. 우리는 늘 '~위하여'를 위해서 산다. 우스운 말이다.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위하여'가 의미를 뜻하진 않을 것이다. 목적 지향적인 표현인가.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건 간에 사람은 늘 미래를 위..

Salon 2025.01.24

시끄러운 세상

2025년 1월 23일 금요일 오랜만에 끄적끄적 복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든 사람이 각각 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 나는 우리나라의 정부당과 반대당이 그런 레디메이드 유형을 따라가지 말고 대중을 이끌고 나가려고 하는 대신에 다 말하게 하고 나중에 갈피 지으면서 대중을 뒤따라가는 화백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인환, , 난다)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에 관해 회의감이 든 적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자리를 덜 가질 생각이었다. 말할 기회를 주자 굳이 할 생각이 없던 말까지도 끄집어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해 입을 닫고 있던 적이 한두 ..

Salon 2025.01.23

신의 말(재발행)

"말하는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없다. 신이 파악되지 않는 존재인 것은 인간이 그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무한한 신의 말이 유한한 인간의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승우, ) 성서는 완벽하지 않다. 성서를 기록한 저자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시대, 자신의 인식, 자신의 한계에 예속되어 있다. 누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의 언어로 기록된 성서는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은 달리 방법이 없으시다. 인간에게 말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언어를 통해 말씀하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본래 뜻의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의 그..

Salon 2024.11.27

무한함(재발행)

"당신의 무한하신 말씀을 유한한 것으로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그 말씀이 나의 유한한 세계 안으로 들어오되, 내가 살고 있는 유한성의 비좁은 집을 부수지 않고 그 안에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칼라너)  좋은 기도문을 꾸준히 읽어야 할 이유이다. 칼 라너는 신 앞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자신의 한계를 마주한다. 만약 인간에게 아무런 가능성이 없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고 또 한계가 없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교만해진다. 무한한 세계가 유한한 인간 안으로 들어올 때 인간은 버틸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거나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무한한 것을 유한한 세계에 맞아들일 때는 요청이 필요하다. 무한한 세계가 유한한 내 세계 안에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말이다. 신의 말을 받아적고 신의 ..

Salon 2024.11.26

거부(재발행)

"다른 사람의 꿈이 나를 취조하는 근거로 작용할 때, 누가 꾼 것인지 모르는 꿈에 대한 해석이 나의 삶을 휘저으려고 할 때, 외부의 꿈들과 바깥의 해석들이 내부를 흔들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은 귀를 닫는 것이다. 그 현장에서 달아나는 것이다.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해석자의 입'이 내 삶의 영역으로 파동하며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승우, ) 여기서 말하는 '꿈'을 '타인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견해'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타인을 통한 자기반성은 중요하다. 바로 보게(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나를 평가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의 이야기는 거의 새겨들을 말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살면서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을 피할 순 없다. 어쩌면..

Salon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