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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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295

아이러니

2026년 4월 1일 수요일 / 해고 통지가 유보된 날 "소설은 본질적으로 아이러니의 예술이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소설의 '진실'은 숨겨져 있으며, 말해지지도 않았고 말해질 수도 없다는 것. 인간은 선과 악이 명확히 구분되는 단순화된 세계상을 바란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영웅 행각과 더불어, 소설은 이 뿌리 뽑을 수 없는 욕구를 거스르며, 우리에게 인간사의 본질적 모호성을 드러내 보여 준다. 아이러니는 이러저러한 작가의 개인적 성향이 아니다. 아이러니는 예술로서의 소설이 하는 일이다. 아이러니= 모호한 것을 보여 주는 방식." (밀란 쿤데라, , 김병욱 옮김, 민음사, 2025, p.45-46) 요즘 나오는 영화들이 참 좋다.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 짓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 영화라는 분야..

Salon 2026.04.01

인생

2026년 3월 24일 화요일 / 계절의 봄은 왔으나 삶의 봄은 아직 "인류와 헵타포드의 조상들이 맨 처음 자의식의 불꽃을 획득했을 때 양측은 모두 동일한 물질세계를 지각했다. 하지만 지각한 것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달랐다. 세계관의 궁극적인 상이함은 이런 차이가 낳은 결과였다. 인류가 순차적인 의식 양태를 발달시킨데 비해, 헵타포드는 동시적인 의식 양태를 발달시켰다. 우리는 사건들을 순서대로 경험하고, 원인과 결과로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지각한다. 헵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 최소화, 최대화라는 목적을." (테드 창, , 김상훈 옮김, 엘리, 2024, p.213) 인용한 글귀만 본다면, 누구도 이 책을 고르진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인용할 적당한..

Salon 2026.03.24

충돌

2026년 3월 12일 목요일 / 어려움은 겹쳐서 다가온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비로소 이해하는 것은 그가 행하거나 그를 둘러싼 모든 사태가 끝장나기 시작할 때지. 그러니 우리는 불이해 혹은 오해를 이해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고작이야. 이해란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고, 나의 이해와 타인의 이해는 서로 달라서 둘의 이해가 충돌하게 마련이니까." (구병모, , 문학동네, 2025, p.301-302) 다시 이 글귀를 인용한다.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사과해야 함이 마땅하다. 상황의 전후 맥락을 보았을 때, 그러하다. 하지만 사과는 어려운 법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상대가 우리를 향해 사과해야 한다, 지난번에도 사과해야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Salon 2026.03.12

현실

2026년 2월 25일 수요일 / 평안한 시간이 맞는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수학의 명제가 현실에 관한 어떤 설명을 제공하는 한 그것은 불확실하며, 명제가 확실하다면 그것은 현실을 묘사하고 있지 않다." (테드 창, , 김상훈 옮김, 엘리, 2024, p.145)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 아인슈타인의 말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면 이렇다. 확실한 것은 현실과는 무관하다는 것, 확실한 것은 수학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현실은 완벽과 완전과는 무관한 세계라는 것! 의 한 챕터인 '영으로 나누면'은 이 사실을 드러낸다. 사람은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객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문제에 있어서는 객관화는 불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끝..

Salon 2026.02.25

몰이해

2026년 2월 20일 금요일 / 늦은 점심을 기다리며 "어떤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줄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내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고통의 공감은 일종의 능력인데, 그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한심한 한계다. 경험한 만큼만 느껴본 만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고통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자의든 타의든 타인의 고통 가까이에 있어본 사람, 많은 고통을 함께 느껴본 사람이 언제 어디서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신형철, , 한겨레출판, 2018, p.202) 서 있는 자리가 다..

Salon 2026.02.20

무능한 사랑

2026년 1월 31일 토요일 / 찾고 싶은 문장을 찾다가 다른 문장을 발견하다 "사람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길은 경건함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덕성이 높은 사람도 변덕스러운 형제를 품을 포용력이 없다면 그를 섬길 수 없다." (랭돈 길키, , 이선숙 옮김, 새물결플러스, p.343) 사랑은 무능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무능한 사랑이 세상을 구원하기도 한다. 멍청하고 미련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구원하기도 한다. 경건함, 도덕성은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경건하고 도덕성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구원할 뿐이다. 물론 그 구원도 참다운 구원은 아니지만 말이다. 김진영 선생님이 한 이야기를 못 찾고 헤매다가 다른 문장과 만났다. 그런데 찾고자 한 문장과 서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

Salon 2026.01.31

트라우마

2026년 1월 29일 목요일 / 마음은 아주 흐림 "왜 나를 때릴까? 왜 나를 떠났을까? 왜 내가 아닌 그(그녀)지? 이건 우문도, 문장도, 질문도 아니다. 그냥 잘못된 진술, 나를 괴롭히는 지배 담론이다. 트라우마는 '가해자' 때문이 아니라 '가해자'를 이해하려는 순간 시작된다." (정희진, , 교양인, 2014, p.95)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생긴 이야기이다. 무슨 말인가 싶을 거다. 그렇다. 물음이 샘솟는다. 왜? 왜 나지? 왜 지금이지? 왜 내가 먼저지? 이해할 수 있는 상황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수없이 교차한다. 트라우마는 가해자를 이해하려는 순간 시작된다고 한다. 헤어질 때 상대에게 이 질문만은 하지 말..

Salon 2026.01.29

존재감

2026년 1월 22일 목요일 / 화요일에 권고사직 이야기를 들었다 "요리책을 보다가 문득 파슬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파슬리에 관해 대부분의 요리책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파슬리를 뿌려 주세요. 없으면 생략해도 됩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이렇게 존재감 없는 재료인데도 파슬리는 여전히 서양 요리에 남아 있고, 여전히 요리책에 등장하고, 여전히 슈퍼마켓 매대에도 있습니다." (김미라, , 페이퍼스토리, 2026, p.26) 존재감 없이 살고 싶다가도 문득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진다. 존재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해하다가도 나 또한 존재감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곤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너무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것 같으면 마치 히스테리처럼..

Salon 2026.01.22

자기만족

2026년 1월 16일 금요일 / 하나의 폭풍이 지나가고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비로소 이해하는 것은 그가 행하거나 그를 둘러싼 모든 사태가 끝장나기 시작할 때지. 그러니 우리는 불이해 혹은 오해를 이해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고작이야. 이해란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고, 나의 이해와 타인의 이해는 서로 달라서 둘의 이해가 충돌하게 마련이니까." (구병모, , 문학동네, 2025, p.301-302) 사건의 중심에 있을 때는 모른다. 상황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알지 못한다. 그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삶에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겪는 다양한 일도 말이다. 하나의 간절한 바람일 뿐, 처음과 끝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의 앎이라는 ..

Salon 2026.01.16

필요

2026년 1월 8일 목요일 /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다 보스가 애호하는 듯 싶은 셰익스피어를 빌려오자면 「리어왕」의 2막 4장에는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필요에 대해서는 이유를 따지지 말라. 아무리 비천한 거지라고 해도 하찮은 물건 일지언정 필요 이상을 가지게 마련이며, 자연이 인간에게 필요 이상의 것을 허용치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짐승의 그것보다도 가치가 없어진다." 그건 두 딸이 아버지 리어왕의 수행 기사의 수를 줄이려고 할 때 리어왕이 분노와 슬픔 그리고 한탄을 드러내는 대사입니다. (구병모, , 문학동네, 2025, p.166) 욕망 뒤에 숨을 대목을 찾았다. 더 가지려는 욕심은 인간과 짐승을 구분 짓는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었던 거다. 다람쥐가 있긴 하나 거의 모든 짐승은 필요 이상을 가지지..

Salon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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