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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말씀살롱 2025. 5. 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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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6일 금요일 / 봄에 원래 이렇게 비가 많이 왔나

 

"간단히 말하자. 인간의 의식 밑바닥으로 가장 깊이 내려갈 수 있는 언어는 그 인간의 모국어다. 외국어는 컴퓨터 언어와 같다. 번역 과정을 거칠 때의 논리적 정확성에 의해서도 그렇지만 낭비를 용납하지 않는 그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지식과 의식의 깊이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낭비에 해당하며, 그 낭비에 의해서만 지식은 인간을 발전시킨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144) 

 

아주 오랜만에 에세이를 쓴다. 다른 글을 쓰느라 무척 바빴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실 핑계이다. 아무튼 황현산 선생이 말한 이 글은 어려운 단어들이 곳곳에 침투해 있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지식에는 낭비가 필요하며 인간은 이 낭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참된 지식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이 참된 지식은 반드시 인간의 의식 깊은 곳과 연결되어야만 하는데, 그래야 하는 이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들은 대부분 인간의 의식 깊은 곳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식과 의식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참다운 세상, 참다운 관계를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식과 의식을 연결하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 헛돌고 겉도는, 낭비의 시간을 경유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의식이라는 게 모호하고 쉽게 도망치기 때문이다. (황현산 선생이 쓴 글을 내가 더 어렵게 쓴 것 같지만) 요지는 낭비는 나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낭비를 나쁘게 여기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삶에 의미 있는 것들(만남, 대화, 걷기, 잠, 여행, 운동 등)은 낭비처럼 여겨지는 것들이고 낭비를 통해 사람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너나 나나 다들 효율적으로 사느라 바쁘다. 낭비가 소중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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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의 신작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2013년 3월 9일에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끝나는 글을 담은 이번 산문집은 첫 번째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 만에 펴낸 것으로, 첫 글부터 마지막 글까지 그 어떤 흐트러짐이나 곁눈질 없이 황현산이라는 사람의 방향성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번역가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참혹하리만치 망가져버렸던 우리 정치사회의 면면
저자
황현산
출판
난다
출판일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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