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Salon

문학 140

대면

2025년 7월 8일 화요일 / 7월 초인데 낮 기온이 36도까지 올랐다 "나는 내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 감옥에 들어갔다. 나는 내가 로마 병사라는 걸 깨닫고 그곳을 나왔다. 우리는 동물보다 나을 게 없다." (얀 마텔, , 공경희 옮김, 작가정신, 2023, p,134) 이것이 열린 태도다. ~인 줄 알았는데 ~이 아님을 깨닫는 것, ~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었음을 아는 것! 내가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착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 반대로 내가 보잘것없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존귀한 자임을 알게 되는 것! 자기를 대면하는 일은 늘 고통스럽다. 그러나 다른 길은 없다. 진짜 자신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자기 인식에 반전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배신당해야 한다. 다른 길이 있겠는가. ..

Salon 2025.07.08

쌩 까

2025년 7월 5일 토요일 / 쌩 까지 못해서 마음이 쓰인 날 사실 인생은 자신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중 많은 문제가 우리를 괴롭히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계속 그럴 겁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그것은 그것이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전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냥 "쌩 까"라고요. 학생들의 지친 얼굴에서 웃음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한동일, , 흐름출판, 2023, p.117)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사이에서 자주 갈팡질팡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나는 그동안 나의 통제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고 어떤 선택을..

Salon 2025.07.05

위대함

2025년 7월 4일 금요일 / 그녀에게 자주 물어야겠다, 가볍게 툭툭 "그러나 황무지에서도 황무지 밖을 꿈꿀 수는 있다. 일상의 권태 속에도 예외적인 시간이 있다. (생략) 사람들은 시인이 갈등 없는 세계의 지혜를 경구로 표현하곤 했다고 평가하지만 그 갈등 없음 자체가 갈등 많은 세계에서 얻어낸 전리품이며 번외의 꽃이었다." (황현산, , 난다, 2024, p.338-339) 사람의 위대함은 상상력에 있다. 이 상상력을 '다시 일어서는 힘'이라고 말해도 괜찮을까? 사람은 힘들고 권태롭고 혹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 가능성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이라는 영화가 있다. 신형철 작가를 통해 알게 된 영화인데, 영화 속 주인공은 권태로운 삶에 틈을 마련하기 위해 '시'를 쓰기..

Salon 2025.07.04

2025년 7월 3일 목요일 / 제대로 된 훈육 방법을 몰라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진 날 "사랑은 방이 많은 집이다. 사랑을 먹이는 방, 사랑을 즐겁게 하는 방, 사랑을 씻기는 방, 사랑에게 옷을 입히는 방, 사랑을 쉬게 하는 방. 이 방들은 또한 웃음을 위한 방, 이야기를 듣는 방이거나 비밀을 털어놓는 방이거나 심통이 나는 방이거나 사과하는 방이거나 단란함을 위한 방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새로 들어온 식구들을 위한 방들도 있다. 사랑은 집이다. 매일 아침 수도관은 거품이 이는 새로운 감정들을 나르고, 하수구는 말다툼을 씻어 내리고, 환한 창문은 활짝 열려 새로이 다진 선의의 싱그러운 공기를 받아들인다.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 토대와 무너지지 않는 천장으로 된 집이다. 그에게도 한때 그런 집이 있었다...

Salon 2025.07.03

2025년 7월 2일 수요일 / 나는 시기와 질투, 경쟁으로 점철된 사람 Postquam nave flumen transiit, navis relinquenda est in flumine. 포스트림 나베 플루멘 트란시이트, 나비스 렐린쿠엔다 에스트 인 플루미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이미 강을 건너 쓸모없어진 배를 아깝다고 지고 간다면 얼마나 거추장스럽겠습니까? 본래 장점이었던 것도 단점이 되어 짐이 되었다면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려움이 닥치고 나서야 한때의 장점이 거꾸로 저를 옭아매는 단점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동일, , 흐름출판, 2023, p.95)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당연한 소리다. 버려둔 배가 아까워 그..

Salon 2025.07.02

자비와 연민

2025년 6월 25일 수요일 / 나는 왜 늦게 잠을 자는가 사실 나는 개인적 용도로 만들어 둔 좌우명이 하나 있다. “큰일에 임해서는 자신의 원칙들을 세워 그에 따를 것이되, 작은 일에는 그저 자비심이면 족하다.” 슬픈 일이지만 사람은 타고난 천성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서 좌우명을 만든다. 나의 경우, 내가 말하는 자비심이란 차라리 무관심이라 불러 마땅하다. 그 효과는, 짐작이 가겠지만, 별로 신통한 것이 못 된다. (알베르 카뮈, - 밀리의 서재, 김화영 옮김, p.47) 은퇴하신 선생님은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확한 문장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이야기였다. 본질적인 것은 끝까지 붙들고 가되, 비본질적인 것은 자유롭게 내버려둔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성 어거스틴이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

Salon 2025.06.25

신비한 질문

2025년 6월 24일 화요일 / 아들의 팔이 탈골된 그다음 날 "오징어 먹은 질 좋은 단백질이지만 실제로 먹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습자 시간에 오징어 먹을 가져오는 아이가 여럿이었다. 오징어 먹으로 쓴 글씨는 인간의 먹으로 쓴 글씨보다 더 반짝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오래 견디지 못했다. 여름날 아침 교실에 들어가 보면 뒷벽에 붙여두었던 동무들의 작품에서 글씨는 간 곳 없고 습자지만 나풀거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검은 단백질이 변색하여 글씨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지만, 어린 마음에 글씨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물으며 신비한 질문을 만들기도 했다. 나같이 섬 소년이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글자 앞에 오래 서 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황현산, , 난다, 2024,..

Salon 2025.06.24

공생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 조깅을 위한 러닝 고글을 샀다 "공생은 서로 돕는 게 아니라 이용하고 착취하는 거라고 진화생물학자들은 말하지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이득을 보도록 모든 생물종은 설계되었다고, 그들에게서 이타성을 읽어내는 것은 인간적인 생각이나 바람일 뿐이라고 말이지요." (나희덕, , 문학동네, 2025, p.20-21) 공생은 함께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생물학자들의 편에서 보자면, 모든 생물종은 이득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것을 내어주기 마련이고 이것이 공교롭게도 공생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생선을 죽지 않고 육지까지 데려오기 위해 천적을 그 통에 넣어주는 것과 같은 원리인가?) 아무튼 우리가 생물의 공생 관계를 보며 거기서 이타성을 읽는다면 그것은 그저 인간의..

Salon 2025.06.13

무지

2025년 6월 10일 화요일 / 어제는 덥고 오늘은 서늘하고 "세네카의 에는 '사람은 가르치며 배운다 Homines, dum docent, diseun'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동일, , 흐름출판, 2023, p.6) 자주 듣고 자주 사용한 말이지만 출처를 몰랐다. 로마 제국 시절 사람인 세네카가 했던 말이니 그 출처가 참 오래되기도 했다. 그럼, 사람은 가르치며 배운다고 말할 때 그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가르치는 사람은 말 그대로 가르치는 사림이기에 배우는 자의 정확히 반대편에 선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가르치며 배운다니. 대체 뭘?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쳐 봐야 자신이 그것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알게 되고 혹은 자신이 알던 게 전혀 알지 못하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아이를 비롯해 누군..

Salon 2025.06.10

사막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 봄 날씨의 변덕 진짜 왜 이러냐 "지구는 어린 왕자를 바꿔놓았다. 오두막보다 더 크지 않은 별에 살던 이 우주의 시골뜨기는 벌써 권력자와 상인, 염세가와 허영쟁이를 만났고, 착실한 공무원과 학자를 만났다. 어린 왕자는 그들이 어떻게 소외되어 있는가를 알게 되었지만, 그 자신도 더 이상 천진난만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요청되는 사막이며, 그 사랑은 긴 시간을 거쳐 공들여 만들어져야 한다는 깨달음이, 그가 긴 편력 끝에 순진함을 지불하고 얻은 소득이었다." (황현산, , 난다, 2024, p.138) 공짜를 좋아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음을 안다. 왜 인간 세상사에 공짜가 없어야 한단 말인가. 그리 만들어 ..

Salon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