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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에세이] 낯설어지는 익숙함 사람의 이름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평소 '성' 없이 '이름'만 부르던 이에게 '성'을 부여하게 되면 왠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이질감이 들 때가 있다. 어떤 개념이나 사물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효신이라는 이름을 말하다가 '성'에 '박'을 붙이니 기존에 잘 알던 다른 이가 출현하는 걸 보고 혼자 키득거렸던 적이 있다. 박-효신.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름에 관해서는 어떤 이들의 이름을 마치 고유명사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아마 개념을 먼저 수용하고 나중에 의미를 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는 게 다 이렇다. 무비판적인 수용!(이렇게 거창한 이야긴 아닌데) 익숙하던 것이 낯설어지는 경험. 일상에 일어난 사소한 사건이 잠자던 생각에 동심원을 만들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살롱(Bi.. 더보기
[에세이] 다른 이름을 가져본 날 기용이가 된 날. 난생처음 다른 이름을 가져봤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2년 가까이 봐왔던 지인과 통성명을 했다. 그녀는 내 이름을 듣자 갸웃거린다. 평소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이름과 대상이 어느 정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내 이름과 대상이 좀 안 어울린다고 했다. JH은 도저히 아닌 것 같다고. 뭐...기용? 그런 이름이 떠오른다고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선 설기현과 기성용이 떠올랐지만, 영 이상한 기분이다. 당분간 기용이란 이름으로 살아봐야겠다 ⚽️ "거룩한 이가 만물에게 붙여 준 이름에 귀를 기울여 보라. 우리는 다리가 몇 개 달렸는가에 따라 이름을 붙이지만 그는 내면의 정체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아무도 우리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마지막 숨을 내쉬기 전까지는" (페르시아 시인,.. 더보기
[에세이] 결핍의 양면성 결핍은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고 충만은 머물게 하는 유지력이었어. 하지만 결핍은 그리 유쾌한 상태는 아니었지. 때론 매우 고통스러웠거든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더보기
[에세이] 이곳에 있는 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걸까. 지금 여기는 어떻게 해서 오게 된 것일까. 인생을 떠받쳐온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관성이었을까. 선택했던 일들과 자연스레 스며들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던 일들. 그 사이 어딘가.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기억의 저장소 : 네이버 블로그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공간 더보기
[에세이] 버려진 양말 버려진 양말 묵혀둔 빨래를 돌렸다. 가전기기가 많은 일을 도맡아 주는 요즘 세상 오늘도 세탁기에 신세를 진다. 이틀 동안, 젖은 빨래를 빨래걸이에 잘 말려둔다. 마른빨래를 갠다. 큰 빨래부터 작은 크기의 빨래를 차례대로 갠다. 마지막 양말 차례다. 마지막 한 켤레의 짝이 안 맞다. 어딘가에 빠뜨린 것이다. 빨래를 꺼내다가 구석에 떨어뜨렸던지, 아니면 애초에 세탁기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존재 미안한 마음에 세탁기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보이지 않는다. 떨어져 있을 법한 후미진 곳을 살폈는데도 그 녀석은 없었다. 포기하려던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깨끗이 빨아졌건만 제대로 널어주지 못해 구운 오징어처럼 구겨진 나의 양말 한쪽. 다른 옷가지 사이에서 보호색을 띠며 누워있다. 찾았으니 .. 더보기
[에세이] 진심이 통하지 않은 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이 어려움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삶이라는 게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애썼지만 마음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날이 있다. 진심을 다했지만 그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면 그건 진심이 아니었던 걸까. 모르겠다. 모든 속 마음을 다 꺼낼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안 꺼내자니 이야기가 계속 맴돌기만 한다. 어떻게 꺼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그럼 그 '어떻게'를 가르쳐달라. 말로 전할 수 없다고 말할 거면,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 나으리라. 당신은 '내'가 아니지 않은가. 세상엔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는 건가. 잘 맞지 않는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 잘 맞지 않는 사람은 시간이 가면 잘 맞아질 수 있는 건가. 잘해보려 해도 자꾸 어긋나는 관계는 어떻.. 더보기
[에세이] 낯선 이와 함께 가라!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특정한 경험 속으로 들어가면, 평온한 일상에서의 자신이 아닌, 특별하고 낯선 이가 출현한다. 아니다. 기억이 난다. 이전에 만났던 익숙한 이가, 잠들어 있던 이가 스멀스멀 출현한 것임을. 잠시 외면했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바뀐 것은 없지만, 여전한 그이지만, 돌아온 걸 환영하고,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자신을 내려놓고, 이전의 네가 아닌 솔직하고 예의 없는 모습으로 가거라.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기억의 저장소.. 더보기
[에세이] 이런 목사도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야 하는 것일까, 일상의 언어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난 목사다.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목사는 아니다. 의심 많고 불안해하며 가끔 교계 밖을 기웃거리며 살기도 한다. 그래서 자유로운가,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또 그렇다고 말하지도 못한다. 나는 그런 목사다. 난 교회 안에만 머무는 용어에 실증이 났다. 긴긴 교회의 역사 안에서 발생된 용어들에 엄청난 거부감을 갖는다. 그 거북한 말들이 나를 더 이상 구원으로 이끌지 못한다. 하지만 주류 기독교인들에게는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는, 성전을 유지하는 용어일테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내가 변방으로 밀려나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밀려 났다기 보다는 선택이었고 어쩌면 내가 가야 할 길이 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많.. 더보기
[에세이] 입장의 동일함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이 관계의 최고형태 입니다. 신영복,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더보기
[에세이]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모두가 재밌다고 하는 영화를 보게 될 때 마음 속 묘한 거부감이 든다. 오늘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러했다. 어제 꼬여버린 일정으로 인해 못 본 그 영화, 을 보고 왔다. 늦은 밤 , 눈 오는 거리를 뚫고 홀로 영화보러 가는 것도 살짝 서러운데 생일이었다고 무료로 커플용 팝콘 셋트를 준단다. "콜라와 사이다 중 뭘로 두 잔을 드릴까요?"라는 점원의 말에 "콜라 한 잔만 주세요."라고 대답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나름 늦은 밤 혼자 보는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다 뜬금없이 주는 영화관 선물에 맘이 쓸쓸해진다. 혼자 보는 영화라 주위 사람 의식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끈을 살짝 풀어놓고 그 상황에 임했다. 어제 이 영화를 보고 난 이들의 엄숙한 분위기를 이미 보았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