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5일 토요일 / 런닝의 힘듦은 익숙해지지 않음
"호남 지방에 내려가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면 스무 가지 서른 가지 반찬이 그득하게 차려진 밥상을 받을 수 있다.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호남 사람들이, 비록 부잣집에서라고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그런 밥상을 차려놓고 먹었던 것은 아니다. 내 아버지 세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런 차림은 일제 강점기에 목포나 군산 등지 미두장에 투기꾼들이 모여들면서 생겨난 여관의 밥상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잔칫집 같은 데서 "이게 여관집 밥상인가" 하며 불평하는 어른들을 본 적이 있다. 차린 것은 많은데 먹을 것은 없다는 뜻이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16)
10여 년 전, 진급을 밟느라 1박 2일 내내 교육을 받는 현장에 있었다. 여러 강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러다 들었던 생각은 '홍수 속, 마실 물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교만한 생각일 수 있으나 그 교육들은 좀 교만한 생각을 해도 될 교육들이었다. 너무 겉만 그럴싸하고 알맹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 황현산 선생님의 책을 처음 펼쳤다. <사소한 부탁>이라는 책이었는데 첫 이야기에 나온 표현이 바로 '여관집 밥상'이었다. 전라도의 특징 중 하나는 밥이 맛있고 어디를 가나 반찬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던 이유가 호남이 받은 비옥한 땅이라는 선물 덕택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것도 전라도가 풍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됐겠지만 황현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니까 호남의 '그득하게 차려진 밥상'은 일제 강점기에 미두장에 모인 투기꾼들에게 밥을 제공하던 여관의 밥상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득하게 차려진 밥상'은 차린 것은 많으나 먹을 것이 없는 보기에만 좋은 허울 많은 밥상을 뜻했다. '홍수 속, 마실 물이 없다.'라는 말과 '여관집 밥상'이 한통속이다. 두 표현 다 허울 좋은 세상과 나를 반성하기에 좋은 말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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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황현산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