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1일 금요일 / 봄 날씨와 미세먼지의 콜라보
"사후 세계를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보들레르가 생각했을 한 점 티끌도 없이 완전히 찬란한 어떤 빛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보들레르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죽음 뒤에 얻게 될 휴식처를 상상했고, 동반 자살한 연인들이 죽음 뒤에 이루게 될 완전한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 죽음 속에서만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은 없다. 이 세상에서 그 빛을 볼 수는 없지만, 죽는 날까지 내내 시를 씀으로써 저 빛 속의 삶과 가능한 한 가장 가까운 삶을 이 땅의 우여곡절 안에서 실천하려고 했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32)
누군가에는 쉬운 개념일지 몰라도 내게 어려운 개념이 한 가지 있다(물론 어려운 개념이 이 하나만이겠는가). 그것은 기대하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그것도 평생을 말이다. 보들레르가 보여준 삶의 모습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는 자신이 기대하던 '한 점 티끌도 없이 완전히 찬란한 어떤 빛'이 죽음 이전에는 결코 맛볼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살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내내 시를 씀'으로써 자신이 기대하던 어떤 '완전한 빛의 삶'을 이 땅에서 이루거나 살아내려고 했다. 내가 기대하는 현실이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끝끝내 혹은 언젠가 그것이 이루어질 것을 믿고 그 기대를 살아내는 사람. 이들은 미련한 자들인가 아니면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선구자들인가. "도달할 수 없는 곳을 향해 가는 발걸음은 바로 그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결코 멈추어지지 않는다."라는 황현산 선생님의 이 말은 여전히 내게 커다란 숙제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을 나누고 공부하는 살롱(salon)입니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을 삶에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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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황현산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