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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가야의 말씀살롱 2025. 3. 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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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2일 토요일 / 따뜻한 봄날의 토요일

 

"흉악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형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같기에 우리의 패배를 증명하는 꼴이 된다. 게다가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흉악범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일상이기 때문이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34-35)

 

1. 히어로물 영화도 좋아한다. 히어로물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들의 압도적인 힘의 매력 때문이다. 서사에 이끌려 가다 보면, 악당에 대한 분노가 쌓이게 되고 그럼 그 악당을 제거해 버리고 싶은 강한 욕구가 올라온다. 그때 선인이라고 여겨지는 히어로가 나타나 악을 한 번에 잠재워버리길 간절히 염원한다. 그게 성공을 이루면 내 안의 분노는 차분히 가라앉고 악당을 제거한 히어로를 찬양하게 된다.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나를 분노하게 하는 대상을 만나면 그에게 압도적인 힘을 발휘해 그가 내게 상처 준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다. 꼭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 히어로가 나타나 그를 대신 처단해 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다. 우리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대상이나 나를 분노하게 하는 대상을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해서 내가 괜찮아지기를 바란다. 악당이 사라지면 나를 불편하게 했던 요소나 분노하게 했던 원인이 사라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가 늘 의심스럽다.

 

2. 흉악 범죄자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문제는 문제의 해결 방식이 바로 사형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흉악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면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맞다. 원인이 사라지면 결과는 당연히 해결로 귀결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문제를 없애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나를 불편하게 하고 분노하게 했던 대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일상을 살아가며 더 깊이 참회하고 후회하며 다른 선택을 해나가게 만들어야 한다. 없애는 것은 내가 얼마나 근시안적인 인간이며 원시적인 인간인지를 보여줄 뿐이다. 무언가를 지속해 나가는 것(일상)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을 나누고 공부하는 살롱(salon)입니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을 삶에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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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의 신작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2013년 3월 9일에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끝나는 글을 담은 이번 산문집은 첫 번째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 만에 펴낸 것으로, 첫 글부터 마지막 글까지 그 어떤 흐트러짐이나 곁눈질 없이 황현산이라는 사람의 방향성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번역가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참혹하리만치 망가져버렸던 우리 정치사회의 면면
저자
황현산
출판
난다
출판일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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