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9일 화요일 / 오랜만에 다시 글쓰기
"지구는 어린 왕자를 바꿔놓았다. 오두막보다 더 크지 않은 별에 살던 이 우주의 시골뜨기는 벌써 권력자와 상인, 염세가와 허영쟁이를 만났고, 착실한 공무원과 학자를 만났다. 어린 왕자는 그들이 어떻게 소외되어 있는가를 알게 되었지만, 그 자신도 더 이상 천진난만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요청되는 사막이며, 그 사랑은 긴 시간을 거쳐 공들여 만들어져야 한다는 깨달음이, 그가 긴 편력 끝에 순진함을 지불하고 얻은 소득이었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138)
어린 왕자는 어릴 때 알았지만 그 시절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책을 펼치게 되었고 무엇보다 어린 왕자는 나의 지난 추억 속에 한두 문장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는 그저 지나간 동심이 아쉬워 글로 노래하는 글쟁이로만 알았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는 보통 내공을 지닌 게 아닌, 훌륭한 고전의 대가임을 알았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황현산 선생을 통해 어린 왕자에 대한 짧은 비평의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어린 왕자가 순수함을 지불하고 얻은 그 소득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글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됐다. 어린 왕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소외된 채로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들은 그 소외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을 알았음에도 자발적인 탈출을 감행할 생각이 없는 자들이다. 그래서 황현산 선생은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어린 왕자의 시선에 자신의 음성을 달아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요청되는 사막이며, 그 사랑은 긴 시간을 거쳐 공들여 만들어져야" 하는 곳이라고 말이다. 세상에 사랑은 없다. 사랑하기를 선택한 자들을 통해 사랑이 발생할 뿐이다. 세상은 사랑이 요청되는 사막이다. 사막을 푸르게 물들기 위해서는 긴 시간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듯 사막 같은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그것도 정성이 가득 들어간 마라톤과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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