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3일 목요일 / 4.3의 아픔을 잊고 사는 나
"보들레르는 「너그러운 노름꾼」이라는 기이한 산문시를 썼다. 시인이 마귀들의 왕인 사탄을 만난 이야기다. 마음씨 좋은 늙은 귀족의 풍모를 지닌 마왕은 온갖 지식에 통달한 존재이며, 특히 인문학에 이르러서는 그 체계 하나하나가 어떻게 성립되어 어떻게 발전했는지 꿰뚫어 알고 있다. 이런 사탄도 단 한 번뿐이긴 하지만 간담이 서늘한 적이 있다. 어느 예리한 설교자가 '악마의 가장 교묘한 술책은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에게 믿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말라'고 말했을 때였다. 이 말은 악이 늘 평범한 얼굴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온갖 미명을 동원하여 받들고 있는 제도와 관습 속에 교묘하게 숨어들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72)
악마가 좋아하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보스는 늘 행동대장을 앞세우는 법이다. 자신은 도통 잘 나서질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악마는 지나치게 이미지화된 악마이다. 벌건 몸에, 뿔이 달리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악마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악마는 그렇게 만화나 영화에 출연할 법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악마는 평범하다. 평범함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악마의 가장 교묘한 술책은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에게 믿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말라" 악은 평범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 곁에 악마가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것과 그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을 나누고 공부하는 살롱(salon)입니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을 삶에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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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황현산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