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일 수요일 / 함께 일할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부지런한 보들레르 연구자이며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전문가인 막스 밀레르는 1960년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악마』라는 책을 출간했다. 상•하권을 합해 천 쪽 가까이 되는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그 연구의 동기가 제2차 세계대전의 참극에서 시작되었다고 쓴다. 그 끔찍한 집단적 범죄, 인간 행위의 일반적 척도를 넘어서는 악독한 힘의 폭발이 오직 인간의 의지와 능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일까. 인간의 내부에는 개인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을 망라해서 어떤 알 수 없는 명령에 복종하도록 준비된 악덕의 심연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바로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문학의 주제가 되어온 악마의 존재를 다시 검토하게 했다고 말한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72-73)
인간의 책임성을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사람의 의지 너머에서 오는 어떤 힘이 작용한다고 믿는다. 때때로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내가 앞장서서 하는 경우를 본다. 선행이면 웃어넘기면 되겠지만, 대부분 그 반대의 경우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개인적으로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을 신뢰하고 또 좋아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살피는 이러한 학문 너머에서 오는 어떤 힘이 사람에게 미친다고 본다. 막스 밀레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그 끔찍하고 악독한 힘은 인간의 의지와 능력 너머에서 온다고 보았다. 나는 안 그래, 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악랄하고 끔찍한 죄를 짓진 않아도 우리는 어느 정도 누군가의 희생을 그저 관망하고 관조했기 때문이다. 방종이나 방관이 무죄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아니, 기도하게 된다. 나의 무지가 남을 해치는 데까지 이르지 않기를, 나만 소중하게 여겨 이기적인 삶을 살지 않기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그를 저주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기를, 군중에 숨에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 않기를. 내가 기도하지 않아도 절로 기도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을 나누고 공부하는 살롱(salon)입니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을 삶에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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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황현산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18.06.25
- 저자
- 샤를르 보들레르
- 출판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1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