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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262

외로움

2025년 3월 23일 일요일 / 한국이 행복지수 58위란다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왔을 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 속에서 외롭게 사는 언어라는 뜻도 된다. 외래어의 현명한 표기가 어느 정도는 그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겠다." (황현산, , 난다, 2024, p.42-43)  외래어는 외롭다. 외래어는 '파뤼'를 '파티'로, '워럴'을 '워터'라고 발음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나라나 외국어를 외래어로 표시하는 그 나라만의 방식이 있다. 물 건너온 외국어는 자기 나라가 아닌 곳에서 사느라 수고가 많다. 그래서 외국어는 외롭다. 그런데 이 외국어를 덜 외롭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물 건너온 외국어를 정확한 외래어로 표기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어의 표기와 발음을 두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사람 사..

Salon 2025.03.23

제거

2025년 3월 22일 토요일 / 따뜻한 봄날의 토요일 "흉악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형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같기에 우리의 패배를 증명하는 꼴이 된다. 게다가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흉악범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일상이기 때문이다." (황현산, , 난다, 2024, p.34-35) 1. 히어로물 영화도 좋아한다. 히어로물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들의 압도적인 힘의 매력 때문이다. 서사에 이끌려 가다 보면, 악당에 대한 분노가 쌓이게 되고 그럼 그 악당을 제거해 버리고 싶은 강한 욕구가 올라온다. 그때 선인이라고 여겨지는 히어로가 나타..

Salon 2025.03.22

어려운 개념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 봄 날씨와 미세먼지의 콜라보  "사후 세계를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보들레르가 생각했을 한 점 티끌도 없이 완전히 찬란한 어떤 빛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보들레르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죽음 뒤에 얻게 될 휴식처를 상상했고, 동반 자살한 연인들이 죽음 뒤에 이루게 될 완전한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 죽음 속에서만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은 없다. 이 세상에서 그 빛을 볼 수는 없지만, 죽는 날까지 내내 시를 씀으로써 저 빛 속의 삶과 가능한 한 가장 가까운 삶을 이 땅의 우여곡절 안에서 실천하려고 했다."  (황현산, , 난다, 2024, p.32)  누군가에는 쉬운 개념일지 몰라도 내게 어려운 개념이..

Salon 2025.03.21

좋은 복수

2025년 3월 16일 일요일 / 봄비가 내린다 "프랑스는 10세기에 극심한 종교 전쟁을 치렀다.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하루 동안에 학살된 3천 명의 위그노 신교도들을 포함해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그 전쟁에서 죽었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사를 강의하는 시간에 한 학생이 물었다. "이 사람들의 복수는 누가 해 줍니까?" 복수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유럽에서건 우리 사회에서건 종교나 종파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죽이지는 않는다. 이것이 복수라면 복수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거대한 복수다. 그것은 바로 화해이면서 복수고, 복수이면서 화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대답이었다." (황현산, , 난다, 2024, p.26)  좋은 복수가 있을까. 없다. 그런데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도 좋은 복..

Salon 2025.03.16

여관집 밥상

2025년 3월 15일 토요일 / 런닝의 힘듦은 익숙해지지 않음  "호남 지방에 내려가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면 스무 가지 서른 가지 반찬이 그득하게 차려진 밥상을 받을 수 있다.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호남 사람들이, 비록 부잣집에서라고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그런 밥상을 차려놓고 먹었던 것은 아니다. 내 아버지 세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런 차림은 일제 강점기에 목포나 군산 등지 미두장에 투기꾼들이 모여들면서 생겨난 여관의 밥상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잔칫집 같은 데서 "이게 여관집 밥상인가" 하며 불평하는 어른들을 본 적이 있다. 차린 것은 많은데 먹을 것은 없다는 뜻이다." (황현산, , 난다, 2024, p.16)  10여 년 전, 진급을 밟느라 1박 2일 내내 교육을 받는 ..

Salon 2025.03.15

공감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 시야를 넓게 가진다는 것은 어렵다  "신석기 시대 이전에 인간은 공감하면서 우주와 함께 살았다. 언제부터인가 공감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과학을 만들어냈고 과학으로 우주를 측정하기 시작하자 무의식도 나타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그러나 과학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인간에게 우주는 측정과 분류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여전히 공감과 참여의 공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인환, , 난다, 2020, p.236)  흥미로운 접근이다. 태초에 인간에게 무의식은 없었(을지 모르)는데, 그 무의식은 인간이 과학을 만들어내고 그 과학으로 우주를 측정하면서부터 출현했다는 이야기이다. 프로이트, 융, 라캉 등의 업적으로 인간에게 무의식이 있다는 사실이 보편화되..

Salon 2025.03.14

욕망

2025년 3월 13일 목요일 / 미세먼지와 황사의 괴롭힘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타자에게 욕망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타자의 욕망에 대하여 그 원인이 되고 싶어 한다." (김인환, , 난다, 2020, p.225)  라캉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말은 난해하다. 알아듣기 힘들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뭔가가 있고, 나는 그의 말이 몹시 궁금하다. 그의 말 안에서 내가 어느 정도 해체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그 무엇이 꼭 사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상이나 정신 혹은 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거창한 '무엇' 말고도 우리는 연인이나 부부, 직장 동료나 친구, 가족 등의 그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는 ..

Salon 2025.03.13

슬픔

"그 누구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그것도 대답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롤랑 바르트, , 김진영 옮김, 걷는나무, 2018, p.78)  슬픔은 참 지독하다. 그리고 끈질기다. 조용히 숨어 지내다가 갑자기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하지만 시간은 힘이 있다. 시간 속에서 슬픔은 힘을 잃기 마련이고 그러다가 서서히 아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어머니를 잃고 큰 슬픔에 빠진 롤랑 바..

Salon 2025.03.11

애도

2025년 3월 6일 목요일 / 갑작스러운 업무 토스로 살짝 멘붕 "사랑은 바르트에게 관계, 즉 '맺어져 있음'이다. 사랑의 상실은 그래서 이 맺어짐의 끊어짐이다. 맺어졌던 것이 끊어지고 나면 끊어진 자리가 남는다." (김진영)  (롤랑 바르트, , 김진영 옮김, 걷는나무, 2018, p.269)  웃긴다. 누군가의 장례를 정성스레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가족 장례의 참석자가 되어야 한다니. 인생 참 알 수 없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서울살이를 하며 10년 동안 함께 살던 할머니가 떠나가셨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하지 못했다. 산다는 게 다 서로를 속속들이 챙기지 못하며 산다는 건 줄 알면서도 후회가 남는다. 어른들은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고 말하지만 인생에는 어쩔 수 없이 후회할 일을 만..

Salon 2025.03.06

인간의 사랑

2025년 3월 2일 일요일 / 내가 누군가에게 어른의 형상을 보였다니  "지독한 악취에 기절하려고 하는 애인에게 시인은 종부성사를 끝내고 무성한 풀꽃들 아래 백골들 사이에 누우면 우아한 그대도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이쯤에서 그친다면 이 시는 시간이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너무도 흔한 개념을 전달하는 교훈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이 시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를 마지막 연에 담아놓았다. 시인은 아름다운 애인에게 그대의 몸에 곰팡이가 슬고 구더기들이 키스를 퍼부을 때 그대의 품이 해체되더라도 그대를 사랑하는 나는 내 사랑의 형상과 거룩한 본질을 간직해두었노라고 그 구더기들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김인환, , 난다, 2020, p.183)  인간의 사랑은 불완전하다. 그래서..

Salon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