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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260

위대함

2025년 7월 4일 금요일 / 그녀에게 자주 물어야겠다, 가볍게 툭툭 "그러나 황무지에서도 황무지 밖을 꿈꿀 수는 있다. 일상의 권태 속에도 예외적인 시간이 있다. (생략) 사람들은 시인이 갈등 없는 세계의 지혜를 경구로 표현하곤 했다고 평가하지만 그 갈등 없음 자체가 갈등 많은 세계에서 얻어낸 전리품이며 번외의 꽃이었다." (황현산, , 난다, 2024, p.338-339) 사람의 위대함은 상상력에 있다. 이 상상력을 '다시 일어서는 힘'이라고 말해도 괜찮을까? 사람은 힘들고 권태롭고 혹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 가능성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이라는 영화가 있다. 신형철 작가를 통해 알게 된 영화인데, 영화 속 주인공은 권태로운 삶에 틈을 마련하기 위해 '시'를 쓰기..

Salon 2025.07.04

2025년 7월 3일 목요일 / 제대로 된 훈육 방법을 몰라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진 날 "사랑은 방이 많은 집이다. 사랑을 먹이는 방, 사랑을 즐겁게 하는 방, 사랑을 씻기는 방, 사랑에게 옷을 입히는 방, 사랑을 쉬게 하는 방. 이 방들은 또한 웃음을 위한 방, 이야기를 듣는 방이거나 비밀을 털어놓는 방이거나 심통이 나는 방이거나 사과하는 방이거나 단란함을 위한 방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새로 들어온 식구들을 위한 방들도 있다. 사랑은 집이다. 매일 아침 수도관은 거품이 이는 새로운 감정들을 나르고, 하수구는 말다툼을 씻어 내리고, 환한 창문은 활짝 열려 새로이 다진 선의의 싱그러운 공기를 받아들인다.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 토대와 무너지지 않는 천장으로 된 집이다. 그에게도 한때 그런 집이 있었다...

Salon 2025.07.03

2025년 7월 2일 수요일 / 나는 시기와 질투, 경쟁으로 점철된 사람 Postquam nave flumen transiit, navis relinquenda est in flumine. 포스트림 나베 플루멘 트란시이트, 나비스 렐린쿠엔다 에스트 인 플루미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이미 강을 건너 쓸모없어진 배를 아깝다고 지고 간다면 얼마나 거추장스럽겠습니까? 본래 장점이었던 것도 단점이 되어 짐이 되었다면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려움이 닥치고 나서야 한때의 장점이 거꾸로 저를 옭아매는 단점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동일, , 흐름출판, 2023, p.95)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당연한 소리다. 버려둔 배가 아까워 그..

Salon 2025.07.02

불안

2025년 7월 1일 화요일 / 한국이 점점 동남아 날씨가 되어간다 "김개미의 시집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같은 시집은 어떤 자리에 끼이건 늘 그런 역할을 한다. 우선 말이 힘차고 경쾌하다. 시에서 이런 문체의 미덕은 진실성에 대한 신뢰를 반은 확보한 것이나 같다. (김수영의 시를 난해시라고 말하고, 그래서 무슨 초현실주의 사라고 여기던 시절에 알아들을 수 없어도 그 시가 엉터리는 아니란 것을 알게 해준 것도 그 힘찬 문체였다.) 그런데 훈련이 잘된 육상 선수의 몸놀림을 보는 듯한 그 문체가 안고 있는 주제는 불안이다. 어쩌면 불안만이 경쾌하고 힘찬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말해야 할까. 마음이 불안에 젖어 드는 순간은 최소한 일상의 덤덤한 순간은 아니다. 불안은 그것을 느끼고 바라보기에 따라 머리를 ..

Salon 2025.07.01

고통

2025년 6월 27일 금요일 / 작고 사소한 일은 연민으로 충분하다 『욥기』를 끝까지 읽어봐도 욥이 이 시련의 의미를 찾은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고통의 원인을 찾는 일의 무의미함을 발견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성서 속 신은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 욥을 마뜩지 않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욥이 그 질문을 거둬들이고 그저 순종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에야 신은 그에게 (답이 아닌) 보상을 내린다. (김영하, , 복복서가, 2025, p.111) 알 수 없는 일은 알 수 없는 대로 내버려둬야 한다. 고통의 문제가 그러하다. 고통에 원인은 무엇인가. 이런저런 근거를 들어가며 말을 보탤 순 있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 입을 닫는 게 옳은 일일 테다...

Salon 2025.06.27

자비와 연민

2025년 6월 25일 수요일 / 나는 왜 늦게 잠을 자는가 사실 나는 개인적 용도로 만들어 둔 좌우명이 하나 있다. “큰일에 임해서는 자신의 원칙들을 세워 그에 따를 것이되, 작은 일에는 그저 자비심이면 족하다.” 슬픈 일이지만 사람은 타고난 천성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서 좌우명을 만든다. 나의 경우, 내가 말하는 자비심이란 차라리 무관심이라 불러 마땅하다. 그 효과는, 짐작이 가겠지만, 별로 신통한 것이 못 된다. (알베르 카뮈, - 밀리의 서재, 김화영 옮김, p.47) 은퇴하신 선생님은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확한 문장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이야기였다. 본질적인 것은 끝까지 붙들고 가되, 비본질적인 것은 자유롭게 내버려둔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성 어거스틴이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

Salon 2025.06.25

신비한 질문

2025년 6월 24일 화요일 / 아들의 팔이 탈골된 그다음 날 "오징어 먹은 질 좋은 단백질이지만 실제로 먹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습자 시간에 오징어 먹을 가져오는 아이가 여럿이었다. 오징어 먹으로 쓴 글씨는 인간의 먹으로 쓴 글씨보다 더 반짝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오래 견디지 못했다. 여름날 아침 교실에 들어가 보면 뒷벽에 붙여두었던 동무들의 작품에서 글씨는 간 곳 없고 습자지만 나풀거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검은 단백질이 변색하여 글씨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지만, 어린 마음에 글씨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물으며 신비한 질문을 만들기도 했다. 나같이 섬 소년이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글자 앞에 오래 서 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황현산, , 난다, 2024,..

Salon 2025.06.24

마음

2025년 6월 19일 목요일 / 산티아고 순례를 걷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말로 표현되는 우리의 마음에 관해 말한다면, 그것은 시작과 끝을 가진 긴 줄이 아니다. 마음은 때로는 들판이고 때로는 물속이며, 때로는 시간조차 들어올 수 없는 막장 탄갱의 어둠이다. 입은 동시에 '두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은 한꺼번에 둘 이상의 시간을 수직으로 품으며, 우리는 그 수직의 시간을 '시적 순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현산, , 난다, 2024, p.275) 마음은 유기체이다. 그러나 제한이 없는 유기체이다. 그래서 마음은 입과 다르다. 입은 동시에 '두 말'을 하지 못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은 한꺼번에 둘 이상을 생각하고 둘 이상을 조합하여 말한다. 물론 그것이 표현 가능한지는 다른 문제이다..

Salon 2025.06.19

키스

2025년 6월 18일 수요일 / 문제는 늘 우리 가까이 도사리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도, 어느 시간에서도 희망보다 더 강렬한 것도, 희망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것도 없다. 영화 속 연인들이 늘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키스의 시간은 얼마나 짧으며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첫 키스가 날카로운 것도 그 때문이다." (황현산, , 난다, 2024, p.272) 사람은 참 단순한 동물이기도 해서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할 때 그는 크게 절망하거나 그것을 끝까지 희망한다. 물론 여기서 절망과 희망은 대립의 개념이 아니다. 절망하기에 그것을 가질 때까지 끝까지 희망한다. 사람이 그러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소유로부터 자유롭다고 한다면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거다. 희망은 부재의 다른 표현이다. 부재..

Salon 2025.06.18

텍스트힙

2025년 6월 14일 토요일 / 에어컨 없어 지내는 두 사람이 신경 쓰이는 날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거창한 이유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있어 보이려고, 젠체하려고 시작하면 좀 어떻습니까? 수많은 위대한 일의 최초 동기는 작은 데서 시작합니다. 지금 전 세계 수억의 사람들이 보는 '유튜브' 역시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영상 클럽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위대한 사명을 가지고 거시적인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한동일, , 흐름출판, 2023, p.57-58) 에서 '텍스트힙(text-hip)'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텍스트힙'이라는 말은 쉽게 말해 책 읽는 모습이나 자신이 읽은 텍스트를 SNS에 올리는 것..

Salon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