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일 화요일 / 한국이 점점 동남아 날씨가 되어간다
"김개미의 시집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같은 시집은 어떤 자리에 끼이건 늘 그런 역할을 한다. 우선 말이 힘차고 경쾌하다. 시에서 이런 문체의 미덕은 진실성에 대한 신뢰를 반은 확보한 것이나 같다. (김수영의 시를 난해시라고 말하고, 그래서 무슨 초현실주의 사라고 여기던 시절에 알아들을 수 없어도 그 시가 엉터리는 아니란 것을 알게 해준 것도 그 힘찬 문체였다.) 그런데 훈련이 잘된 육상 선수의 몸놀림을 보는 듯한 그 문체가 안고 있는 주제는 불안이다. 어쩌면 불안만이 경쾌하고 힘찬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말해야 할까. 마음이 불안에 젖어 드는 순간은 최소한 일상의 덤덤한 순간은 아니다. 불안은 그것을 느끼고 바라보기에 따라 머리를 물에 처박고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숨을 참는 놀이 같고, 어지러워 쓰러질 때까지 두 팔을 벌리고 뱅글뱅글 도는 장난 같다. 그래서 불안과 초조는 가끔 축복 같을 때가 있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313-314)
힘찬 말은 힘찬 이야기만 담보 하는가. 그렇지 않다. 김개미 시인의 시집을 읽어 본 적은 없으나 황현산 선생의 이야기를 경유하여 그 시집에 담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황현산 선생은 김수영 시인의 시가 그랬듯이 이 독특한 이름을 가진 시인에게서 힘차고 경쾌한 문체를 느꼈다. 힘차고 경쾌한 문체는 어떠한가. 그 안에 힘찬 이야기만이 담겨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김개미의 시집은 그렇지 않다. 그는 힘찬 문체로 삶의 불안을 이야기한다. 황현산 선생은 '어쩌면 불안만이 경쾌하고 힘찬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말해야 할까.'라고 말한다. 그래. 어쩌면 내가 불안하기에, 삶이 불안하기에 말과 글이 힘찰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힘찬 이야기는 덤덤할 수 없다. 불안한 사람은 덤덤히 말하지 못한다. 그렇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은 내가 '나'가 아니게 한다. 불안은 힘든 놀이이자 피하고 싶은 장난과 같다. 그럼 불안은 사람에게 늘 부정적인 것만을 전해주는 전령과 같은가. 불안이 주는 선물 같은 요소는 없는 걸까. 그래, 그것 하나 있겠다.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는 면에서 '불안과 초조는 가끔 축복 같을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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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황현산
- 출판
- 난다
- 출판일
-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