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7일 금요일 / 작고 사소한 일은 연민으로 충분하다
『욥기』를 끝까지 읽어봐도 욥이 이 시련의 의미를 찾은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고통의 원인을 찾는 일의 무의미함을 발견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성서 속 신은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 욥을 마뜩지 않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욥이 그 질문을 거둬들이고 그저 순종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에야 신은 그에게 (답이 아닌) 보상을 내린다.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복복서가, 2025, p.111)
알 수 없는 일은 알 수 없는 대로 내버려둬야 한다. 고통의 문제가 그러하다. 고통에 원인은 무엇인가. 이런저런 근거를 들어가며 말을 보탤 순 있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 입을 닫는 게 옳은 일일 테다. <욥기>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지만 욥에게 일어난 사건을 김영하 작가가 잘 정리한 것 같아 그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욥은 큰 시련을 그것도 계속해서 겪는다. 그는 길고 긴 신과의 논쟁 끝에 자신의 약함과 그분의 크심을 안 뒤, 따지기보다는 순종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자 그에게 신의 보상이 임한다. 김영하 작가는 욥이 겪은 이 일을 보며 그가 마침내 고통에 담긴 의미를 찾은 것이 아니라 고통의 원인을 찾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게 맞다. 성경에서 욥은 고통받을 이유가 없는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는 고통의 원인을 밝히지 못한다. 고통의 문제는 민감하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고통이 원인을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면 고통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인 거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영하 작가가 이 챕터 마지막에 한 말에 나는 깊은 동의를 표한다. "만약 그렇다면 언젠가 '잘 통제된 고통'이 아닌, 그야말로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는 끝 모를 고통에 직면할 때, 나는 무엇으로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남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됐을 때, 더구나 그 고통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엇으로 그 고통을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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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영하
- 출판
- 복복서가
- 출판일
-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