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31일 토요일 / 5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 나라는 내 나라지만 내 의식과 같은 나라는 아니다. 이 나라는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어떤 역사를 살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그 역사의 의지와 같은 의지를 지닌 것이 아니다. 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역사의 무의식과 같다. 그 무의식이 늘 투표를 통해 나타나니 어쩌면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성급한 사람들에게는 투표가 '어느 세월에'라고 한탄하게 하는 영원히 가망 없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꽃 피는 난초 분들이 있고, 잘 자란 아이들이 있다. 마침내 깨어지는 벽이 있다. 그래서 투표는 역사적 무의식이자 그 거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는 저 역사적 무의식의 세포를 바꾼다. 확실하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난다, 2024, p.209)
25년 5월이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투표다. 투표는 답답할 수 있다. 느린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의사가 빠르게 반영되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 투표는 너무 교양을 떠는 방식일 테다. 6-70년 전만 해도 다른 방식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물론 당장 뭔가를 바꿔야 할 때도 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때가 분명히 있다. 아주 드물게 발생하지만, 잠자코 있어서는 안 될 시기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투표는 직접적인 길이지만 우회하는 길이기도 하다. 투표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직접적인 길이지만 자신의 의사가 결실을 보기까지 참 오래 걸리기에 이 길은 우회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의사가 결실을 보지 못할 수도 있기에 이 길은 또한 미지수의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길은 없다. 자기의 의식을 서로에게 물들인다는 점에서 투표는 의식의 전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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