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거푸집에 얼굴을 넣었다가 그 표정을 고스란히 상황 속으로 가져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장례식장에 들어갈 때다. 특히 유가족을 맞이할 때 나의 표정은 자기 멋대로 춤을 춘다. 온화하고 은은한 미소를 띠어야 하나? 아니면 무겁고 엄숙한 표정을 지어야 하나? 오랜만에 만난 벗이 유가족 가운데 있기라도 하면 반가움의 미소부터 흘러나오니 이 난감함을 어찌해야 할까.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님을 경험한다. 표정은 분명 내가 지었는데 정확히 나만 빼고 모든 이가 본다. 그런데 이 표정은 슬픔과 반가움의 감정이 뒤섞일 때 제멋대로 춤을 춘다.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고인에 대한 슬픔과 여전히 잘 살아있어 줘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유가족에 대한 반가움이 하나의 얼굴을 두 개의..
201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