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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거푸집에 얼굴을 넣었다가 그 표정을 고스란히 상황 속으로 가져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장례식장에 들어갈 때다. 특히 유가족을 맞이할 때 나의 표정은 자기 멋대로 춤을 춘다. 온화하고 은은한 미소를 띠어야 하나? 아니면 무겁고 엄숙한 표정을 지어야 하나? 오랜만에 만난 벗이 유가족 가운데 있기라도 하면 반가움의 미소부터 흘러나오니 이 난감함을 어찌해야 할까.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님을 경험한다. 표정은 분명 내가 지었는데 정확히 나만 빼고 모든 이가 본다. 그런데 이 표정은 슬픔과 반가움의 감정이 뒤섞일 때 제멋대로 춤을 춘다.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고인에 대한 슬픔과 여전히 잘 살아있어 줘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유가족에 대한 반가움이 하나의 얼굴을 두 개의 감정으로 반죽한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표정이 생산된다. 

 

이별하는 날도 그러했다. 설렌 새로운 만남의 순간에도. 면전에서 나를 욕하는 이 앞에서도 그랬다. 내가 만든 것이 틀림없음에도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 내 표정이 있다. 누가 내게 얼굴은 나를 위한 것이지만 표정은 상대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상대를 위한다는 나의 표정은 대체 어디서 왔는지 오리무중이다. 

 

내 것이지만 내 통제를 벗어난 나의 것이 있다.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분명 존재하는 것은 나지만 존재를 상실하는 찰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례식장은 새로운 나와 마주하는 달콤 씁쓸한 특별한 장소이다.


 

이작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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