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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청춘이고 싶다. 몸은 늙지만 마음 만큼은 청춘이고 싶다. 그래서 영원히 청춘이고 싶었다. 자주 이렇게 되뇌곤 한다.
사진 속 내 모습을 본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날 것의 사진을 본다. 시간의 직격탄을 홀로 맞은 느낌이다. 웃을 때의 주름과 피부의 생기는 다 어딜간걸까. 휴대전화의 카메라와 디카의 발전이 썩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최근 읽은 책 속의 한 문장이 딱 내 얘기 같다.
"가끔 그는 한밤중에 온욕을 한 뒤 불빛 아래서 자신의 몸을 살펴본다. 노화는 피곤해 보이는 것과 좀 비슷하지만, 잠을 아무리 자도 회복되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조금씩 더할 것이다. 올해의 이른바 못 나온 사진이 내년에는 잘 나온 사진이 된다. 자연의 친절한 속임수는 모든 일을 천천히 진행시켜 우리를 상대적으로 덜 놀라게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알았던 나이 많은 아저씨들처럼 언젠가는 그의 손에도 검버섯이 생길 것이다."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은행나무, p.274)
올해의 이른바 못 나온 사진이 내년에는 잘 나온 사진이 된다? 어쩜 이런 표현이. 청춘은 마음 만으론 유지하기 힘든 것이었던가. 멋지게 늙는 법을 알려줄 지혜자가 필요하다. 자-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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