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이란 낯익은 것들을 낯선 눈으로 다시 보는 데서 발생한다. 이를 위해 때때로 우린 일상을 벗어나 있을 필요가 있는데,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서다. 도시에 살 때 특별하지 않았던 사소한 사물마저도 시골에 와서 살다보면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기도 한다.” <너에게 가고 싶다>
‘서울이 맞나?’ 가끔 어떤 지하철역에 내리면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서울의 모든 역을 가 본 건 아니지만 어떤 지하철은 내리면 꼭 서울이 아닌 듯 한 느낌을 준다. 다른 역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거나 시야가 트여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역에 가만히 서 있자니 낯선 동네에 와 있는 기분이다.
막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순례의 여운을 가슴 가득 채워온 그녀는 더 먼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해야 할 지 아니면 취직 준비를 해야 할 지 생각이 복잡하다. 여행에서 만난 인연들이 그녀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나 또한 순례를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많았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지 생각의 꼬리를 쫓아본다. 물론 여기서 자리란 공간보단 생각 혹은 정신과 연관이 있다.
일상을 벗어나야 새롭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만일 여행을 통해 일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졌다면 다시 그 선물을 일상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 말의 반복이지만, 제대로 보기 위해 일상을 벗어났고 그로인해 새롭게 보는 눈을 갖게 됐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지난한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여담이지만, 그녀는 여행을 떠나보니 자신의 침대가 그렇게 그리울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여행은 여행지에 숨겨진 특별한 보물을 찾는 행위가 아니라 내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함인가 보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안녕하세요! 책과 여행을 사랑하는 이작가야입니다. 책과 여행에 관한 소식을 전합니다. 언제나, 누구든 편하게 머물다 가시길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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