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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걸음걸이와 사람

[Lumix gx9 / 20mm]

나는 성격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걸음걸이에 관심이 많다.
처음에는 걷는 사람들의 뒤태만 계속 보여주다가
그들의 실제 모습과 비교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관상가는 아니지만 뒷모습만 봐도
중국 사람인지, 네덜란드 사람인지, 남아메리카 사람인지, 북아메리카 사람인지 맞힐 수 있다.
또 팔자걸음으로 걷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이 파리지엔느인지, 음흉한 사람인지, 맺힌 게 많고 소심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 끝.>, 효형출판, p.91

 

가끔, 길을 걸을 때나 지하철을 환승할 때, 앞서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본다. 아니, 보곤 한다.  

 

어떤 사람은 보폭을 큼직큼직하게 하며 씩씩하게 걷고 어떤 사람은 신발을 바닥에 끌며 소리라는 입자 진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중력이 주는 낙차 정도만 느낄 수 있게 깃털처럼 걷는 사람을 본다. 뛰는 사람도 무척 많다.  

 

물론 내가 구분해낼 수 있는 폭에 따라 내가 구분해 낼 수 있는 사람도 제한적임을 안다.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내심 자부할 수 있는 건 사람의 걸음걸이로 그 사람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난 <나는 걷는다 끝>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처럼 뒷모습만 보고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 맞추는 건 하지 못한다. 시도해 봄직한 정도는 아시아인들 정도? 아마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 정도는 구분해낼 수도 있겠다. 성향차이가 워낙 크니깐.  

 

학창시절 팔자로 걷는 게 멋있는 건 줄 알고 꾸준히 노력했던 결과 습관이 되어 현재는 십 일자(11)와 팔자(八) 사이로 자리 잡혔다. 약간의 팔자지만 고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뒤에서 걸을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날 보며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파리지앵? 음흉한 사람? 맺힌 게 많고 소심한 사람? 이왕이면 아시아계 파리지앵이라고 불러줬음 좋겠다.  

 

걸을 때 소리를 내지 않고 걷는 난 때론 슬리퍼를 직직 끌며 공중의 입자를 진동시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말로 누군가의 어그로(aggro)를 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걸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난 아주 작은 시도로 스스로를 새롭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 믿는다. 누군가 그랬다. “나는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행동을 했고, 그 행동 자체가 나를 가두고 있는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파울로 코엘료, <불륜>, 문학동네, p.81.)”라고.  

 

좋다. 삶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도해 보는 거다. 거창하게 한 번 외쳐본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행동이 참 자유하게 하리니.”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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